앵커 :태평양 섬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이 17척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이런 '선박 세탁' 수법을 통해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하고 있습니다.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석유 밀수를 숨기기 위해 태평양 섬 국가에 선박을 등록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4일 보도했습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수집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니누에와 쿡 제도, 팔라우, 투팔루 등 태평양 섬 국가에 등록해 대북제재를 회피한 북한 선박은 17척에 달합니다.
이들 선박은 북한의 정제유 밀거래와 연계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물류 회사에서 10년 동안 사용된 6천 톤 급 유조선이 지난 2020년 8월에 새로운 소유자에게 인수됐는데, 이 선박은 ‘스카이 비너스’(Sky Venus)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팔라우 국기를 달고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 유조선은 석유 터미널에서 석유를 채운 다음 공해에서 소형 선박과 만나 석유를 옮겨 실은 후 북한으로 운반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2020년부터 니우에 또는 팔라우 등 태평양 섬 국가에 등록된 선박 11척이 이런식으로 북한의 연료 운송에 사용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들 선박이 사용한 깃발은 선박이 건조된 국가나, 선원이 거주하는 장소 또는 소유자의 국적과는 거의 관련이 없었습니다.
선박 소유자가 비용만 지급하면 각 국가의 선박 등록소에 등록할 수 있어, 일부 태평양 섬나라의 등록소가 북한과 같은 밀수업자의 표적이 됐다고 매체는 지적했습니다.
휴 그리피스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조정관은 “일부 태평양 지역 등록소가 밀수꾼들의 의도적인 표적이 되었다”며 “북한은 이들 등록소가 선박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했던 닐 와츠(Neil Watts) 전 위원도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점점 더 정교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북한은 오랫동안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정교한 네트워크를 개발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외국 국적으로 선박을 세탁하는 것입니다. 외국 국적으로 선박이 등록되면 조사를 덜 받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와츠 전 위원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간 갈등으로 북한 선박 세탁에 연루된 회사와 개인을 (유엔 차원에서) 제재하기 어렵다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이들 회사와 개인을 단독 제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밀수행위가 북한의 군사적 야망과 무기 프로그램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런던 왕립연합군연구소의 조 번 연구원은 “석탄 수출로 수익을 창출하든, 석유를 수입하면서 미사일 발사대를 계속 가동하든, 북한의 제재 회피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직접 연관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팔라우 선박등록소 대변인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제재 회피와 관련된 선박 5척을 등록에서 제외했으며, 2척의 선박은 불법활동을 하기 전에 등록을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쿡 제도도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 사이에 3척의 선박 등록을 박탈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이상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