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귀국한 북 노동자들 당국에 분노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0.01.20
nk_workers_line_b 지난달 20일 러시아 극동 관문 공항인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지난해 말 러시아에서 집단 귀국한 북한노동자들이 당국의 처사에 반발하면서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노동자로  파견되기 위해 당국과 간부들에 바친 뇌물비용이 예정보다 앞당겨 귀국하는 바람에 고스란히 빚더미로 남아 생활에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 은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19일 “요즘 우리동네에서는 지난해 귀국한 재쏘생(러시아파견 노동자)들과 돈장사꾼들이 충돌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면서 “러시아로 파견되기 전 노동자들이 돈장사꾼으로부터 빌린 이자돈을 갚지 못하면서 싸움이 일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의 빚은 모두 (북한에서)해외노동력으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당국과 간부들이 갈취한 뇌물로 들어간 돈이다”라면서 “러시아노동자로 3년 계약하고 파견되었지만 일년도 안돼 강제 귀국하는 바람에 뇌물비용으로 꾼 돈에 이자가 불어 빚더미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빈손으로 귀국한 노동자들은 빚돈을 물어내라는 돈장사꾼에게 ‘그 돈은 모두 뇌물로 바친 돈이니 당에 가서 돈을 받으라’며 당당히 소리치고 있다”면서 “이에 돈장사꾼들은 이자는 그만두고 본전이라도 찾겠다면서 노동자들의 가재도구를 들어내는 등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어 귀국한 노동자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일부 노동자들은 돈장사꾼에게 올해 안으로 다시 러시아벌목공으로 파견될 것이니 이자돈을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보에 빠른 돈장사꾼들은 위(김정은)에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행할 것이고 외화벌이노동력이 또 다시 해외로 파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빚독촉을 심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연말 러시아에서 귀국한 평안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0일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10년 일해 월급을 모아도 변변한 옷 한벌 못사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영하 30~40도 강추위 속에서 12시간동안 일하는 러시아벌목공이라도 파견되어 외화를 벌어 밑천을 잡아보려고 애를 쓴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해외노동력으로 선발되려면 해당 거주지 보안서, 보위부, 공장 기업소 당조직을 비롯해 신체검사를 하는 병원까지도 층층이 뇌물을 바쳐야 서류가 통과된다”면서 “최종적으로 러시아노동력을 비준하는 중앙당 임업성 간부부에서 면담할 때는 큰 뇌물을 바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정말 힘들게 러시아벌목장에 파견되어 월급을 받는다 해도 그마저 러시아현장에 주재하는 (북한)임업국에서 40% 떼어가고 생산사업소 운영자금으로 20%, 충성자금으로 20%를 떼어내 노동자가 실제 받는 월급은 100달러도 안된다”면서 “이마저도 벌목공들은 겨울철에만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인데 지난해 2월 러시아벌목공으로 파견된 조선 사람들이 일을 시작해 돈을 모으기도 전에 10월부터 집단 귀국하면서 빈손으로 귀국하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들은 러시아 벌목공으로 가기 위해 빚까지 내가며 뇌물을 바쳤는데 당국이 유엔제재를 자초해 강제 귀국하게 되면서 당국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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