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용두사미’ 전국 양어장 실태 검열
2024.12.02
앵커: 북한 당국이 검열단을 파견해 전국 각 지방의 양어사업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은 식량 부족 해결 수단의 하나로 수산업 생산 증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산업에서는 어업 현대화, 대대적인 어로작업과 동시에 양어(양식) 발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달 29일 “당국이 각 지방의 양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검열단을 파견했다”며 “연말을 맞아 당의 지시 집행 정형 총화를 위한 검열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1월 중순부터 수산성에서 파견된 검열성원들이 각 지방을 돌며 양어 사업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각 도, 시, 군 양어장과 큰 기업소에 있는 양어장들이 검열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은 주민 식생활 개선 차원에서 열대메기 양어를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당국의 지시로 각 도는 100정보 이상 양어장, 시와 군은 20~30정보 면적의 양어장을 건설해야 했으며 심지어 1급 이상 기업소(직원 3,000~5,000명 기업)도 의무적으로 열대 메기 양어장을 꾸려야 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양강도에서는 삼지연에 산천어를 키울 야외 양어장 4개와 실내 양어장 2개를 새로 건설했지만 소문만 요란했을 뿐 산천어를 먹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굉장히 떠들던 양어가 지금은 한풀 꺾인 상태”라며 “지방 공업공장 건설, 국토관리총동원, 농사 지원, 농촌 주택 건설, 압록강 수해 복구 등 중앙이 요구하는 각종 사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양어(사업)가 지방 당국의 관심에서 벗어난 사업으로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도내 각 군 양어장에 물고기가 거의 없다”며 “이미 실패한 양어 실태에 대한 검열에 간부들과 주민들이 의아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일의 관심 속에 추진되던 열대 메기 양어가 실패한 원인은 양어 기술 부족, 겨울에 열대 메기가 자라는데 필요한 25~28도의 물 온도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것과 단백질 사료를 충분히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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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달 30일 “이달(11월) 중순 함경북도 바다 양어장, 민물 양어장들이 수산성 검열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열대메기 양어가 실패한 후 김정은이 철갑상어, 칠색송어, 연어 양어를 들고 나오면서 2015년경부터 전국에 양어 바람이 다시 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칠색송어와 연어가 찬물을 좋아하는 어종이라 청진, 낙산 등 도내에 종어장과 양어장이 여러 개 꾸려지고 전문 양어사업소도 만들어졌다”며 “현재 추운 지역인 함경북도가 칠색송어와 연어 양어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초기에 칠색송어, 연어 양어가 괜찮게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현상유지나 겨우 하는 수준”이라며 “악성 전염병(코로나)으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중국에서 들여오던 사료가 끊겨 양어장에서 키우던 고기가 많이 죽었다”언급했습니다.
또 “양어사업소에 다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단백질 먹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단백 곤충을 대량 번식시켜 자연 먹이를 생산한다며 곤충 서식장을 여기저기 건설했지만 별로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다행이 이번 양어 실태 검열에서 함경북도가 다른 도 보다 괜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며 실제 함경북도의 양어가 잘 되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지역의 양어장 실태가 한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