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젖소목장위해 농민들 땔감용 콩깍지까지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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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강도 당국이 최근 문을 연 혜산젖소목장의 소 먹이풀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입니다. 이를 위해 농민들에게 말린 풀을 거둬들이면서 콩깍지 등 겨울철 땔감까지 빼앗아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일, 양강도에서 새로 건설돼 요란하게 조업식(조업 개시식)을 가진 ‘혜산젖소목장’. 양강도 당국은 겨울철 젖소 먹이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지난 28일 “개건확장공사(리모델링)를 마치고 문을 연 혜산젖소목장은 기존 1층이었던 건물을 2층으로 확장하고 2층은 모두 사료 보관실로 꾸렸다”고 밝혔습니다.

또 “양강도당과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젖소 목장의 조업식을 마치기 바쁘게 각 시, 군 협동농장들에 말린 먹이풀을 거두어 들일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면서 “12월 초부터 중앙에서 연간 인민경제계획 수행 검열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료창고들을 빨리 채워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젖소목장의 개건확장 완료가 연간 인민경제계획에 포함되어 있어 사료 창고까지 채워야 계획 완수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일 “협동농장 관리위원회에서 사료용 말린 풀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지난 20일 이후 농민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농민들에게 할당된 사료용 말린 풀의 양은 1인당 300kg”으로 지난해 과제보다 3배 정도 많은 양입니다.

소식통은 올해 초, 양강도당과 농촌경리위원회는 사료용 말린 풀 과제를 내리면서 염소목장과 각 협동농장 축산 작업반의 필요량은 물론 젖소목장의 사료량까지 계산해 과제를 부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농민들에게 할당된 과제는 사료용 풀 외에도 1인당 풀거름(풀을 베어 가정에서 발효시킨 농사용 거름) 500kg, 흑보산 비료(일반 거름에 비료를 섞어 발효시킨 것) 300kg, 농촌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모래와 진흙 각각 1입방”으로 “농민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농민들의 휴식일은 주말이 아닌 매달 1일, 11일, 21일로 한 달에 3일이 전부인데 양강도 협동농장들의 경우, 올해는 휴식일에도 농민들을 농촌살림집 건설에 동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사정이 이러함에도 농민들에게 온갖 과제를 무작정 할당하고 있다”며 “협동농장에서 할당하는 과제 말고도 농촌당위원회, 청년동맹, 농근맹(농업근로자동맹) 조직들에서 온갖 과제를 강요하고 있어 농민들의 몸이 열 개라 해도 과제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특히 “과제를 할당할 땐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과제를 받아 낼 땐 정말 무자비하고 집요하다”면서 “사료용 말린 풀을 바치지 못한 농민들에 한해서는 매 가정들을 돌며 겨울철 땔감으로 준비해둔 말린 강냉이 대와 콩깍지까지 모두 빼앗아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육아 정책 강화를 채택한 이후 어린이에게 공급할 우유 생산목적으로 젖소 목장의 개건확장 공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혜산젖소목장의 조업식을 크게 보도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후대 사랑의 결실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