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이라도 더 바쳐” 북, 애국미 헌납 주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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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당국이 연말을 맞아 주민들에게 애국미를 바치라고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난으로 절량세대가 늘고 있는데 애국미헌납을 요구하는 당국에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오늘 도당위원회에서 각 지역 주민들에게 애국미를 바치라는 중앙당 지시문을 각 지역 당위원회에 하달했다”면서 “나라가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1g의 식량이라도 더 바치는 것이 곧 애국심이라고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시문은 당의 권위, 국가의 존엄과 안녕을 싣고 날아오른 주체탄(미사일)과 함께 우리(북한)의 국력과 지위도 아득한 높이에 올랐다고 자찬했다”면서 “긴장한 나라의 식량문제를 애국미를 바쳐 극복해야 한다며 주민들을 선동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지시문은 또 일부 농장원과 일반 주민들이 나라의 식량사정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키기 위해 애국미를 초과완수한 사례를 선전하며 애국미 헌납을 강요했다”면서 “아직 애국미를 완수하지 못한 농장원들은 이달 30일까지 애국미 헌납을 완수하여 연말 총화(결산)를 짓는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이 같은 지시문 내용을 접한 주민들은 ‘오늘 당장 내가 먹을 쌀도 없는데 무엇으로 애국미를 바치라 하느냐’며 당국의 애국미 강요를 비난했다”면서 “양심과 애국심을 걸고 애국미를 바치라는데 애국심이 있으면 하늘에서 쌀이 쏟아지냐며 울분을 토했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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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각 지방 당위원회에 하달된 애국미헌납 관련 지시문 중 일부. /RFA PHOTO

소식통은 “당국은 올해 농장원들의 애국미 정량을 매 개인별로 구분해 지정했다”면서 “농장원은 1인당 15kg, 농장 연로자(은퇴자)는 10kg, 농장원 자녀 중 소학교 학생 3kg, 중학생 7kg이고 일반 노동자는 1인당 5kg, 노동자 연로자(은퇴자)는 2kg이며 만약 바치지 못한 대상은 조직적인 사상비판과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노동단련대 처벌은 최소 6개월에서 길면 1년 동안 강제노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장마당에서 식량, 알곡 거래를 못하게 해 헌납할 애국미가 없을 경우 장마당에서 씰을 구입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몰래 동네마다 쌀장사꾼들이 있지만 조금만 살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도 애국미 강요가 있었으나 올해같은 경우는 농사가 예년에 비해 잘 안되어서 지금부터 식량에 대해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연말을 맞으며 당국이 농장원들과 일반 주민들에게 애국미헌납과 관련한 공문을 전달했다”면서 “인민군대 군인들의 충성심을 본받아 애국미 완수로 공민적 본분을 다하자는 제목의 공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공문에서 ‘군인들이 꽉 졸라맨 혁띠(혁대)를 조여 밥술을 덜어 국가에 쌀을 바쳤다며 추켜세웠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식량부족으로 군대도 제대로 먹이지 못하면서 허구한 날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는 당국을 비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내부의 만성적인 식량난에도 당의 권위, 국가의 존엄을 과시하고 있는 당국의 행태를 비웃고 있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최고존엄의 배불리 먹게 해주겠다던 약속은 어디가고 식량난이 더욱 악화된 것은 당국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여유식량이 있는 농장세대는 정해진 량에서 1kg이라도 더 바쳐야 한다는 당국의 강압적인 호소에 농민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면서 “자기집 쌀독도 비어가는데 어떻게 나라의 쌀독을 책임지라고 하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애국미를 바치라는 당국의 지시에 주민들은 나라의 식량사정이 그렇게 어려운 데 수많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올해가 ‘위대한 승리의 해’라고 자화자찬하는 당국을 비웃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편, 올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8만톤 감소한 451만톤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이 14일 발표한 '2022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9만톤 감소했습니다.

벼 생장기인 7월 기온이 낮았고 일사량은 적었으며 알곡이 여무는 9월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옥수수가 157만톤, 감자·고구마 49만톤, 밀·보리 18만톤, 콩 18만톤, 기타 잡곡 2만톤 등입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