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올1/4분기 북한인 753명에 취업비자 발급

워싱턴-이경하 rheek@rfa.org
2020.04.23
py_restaurant_waitress-620.jpg 식당에서 서빙하는 북한 여종업원.
RFA PHOTO/이상민

앵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에 따른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환 시한이 지난해 12월로 이미 경과된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달 동안 북한인 750여명에게 취업 비자를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내무부가 지난 21일 공개한 ‘국가별 비자 발급 현황 자료’를 토대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이 지난 1월 국경폐쇄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북한 국적자에게 취업 비자 뿐만 아니라 관광, 학생 비자 등을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러시아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북한 국적자 3천67명에게 관광비자를, 1천975명에게 학생 비자를, 753명에게 취업 비자를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러시아 내무부가 21일 공개한 ‘국가별 비자 발급 현황 자료’에서 북한 국적자에 대한 부분(노란색).출처-러시아 내무부 자료
러시아 내무부가 21일 공개한 ‘국가별 비자 발급 현황 자료’에서 북한 국적자에 대한 부분(노란색).출처-러시아 내무부 자료
/RFA

특히 취업과 관광, 학생 비자 외에 ‘개인 예외적 비자’(частный)가 403건, ‘기타 비자’(иное)가 758건 등도 총1천16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노동자를 지난해12월 22일까지 모두 본국으로 돌려 보내야 했지만, 러시아가 1분기에 북한 국적자 753명에게 취업 비자를 발급했다는 사실입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1분기 1천805명, 2분기 1천682명, 3분기 1천255명, 4분기 2천723명 총 7천465명에 대해 취업비자를 발급한 바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0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3월10일 기준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자국 내 북한 국적자가 511명이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분기 동안 753건의 취업비자를 발급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 한반도 전문가들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노동자를 지난해 12월 22일까지 모두 송환해야 하는 러시아가 올해 다시 북한인들에게 취업 비자를 내주는 것은 사실상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이신욱 동아대 교수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유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노동력을 수출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북한인들에게 취업비자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비자를 발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북한 노동력을 우회 수출하도록 돕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신욱 교수: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노동력 유입마저 여의치 않은 러시아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통제되고 잘 훈련된 양질의 노동력으로 크게 환영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관광, 유학, 개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 정부는 인력을 수출할 것이고 러시아 정부도 이를 방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한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러시아가 비단 북한 노동자 문제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엔 대북제재를 이미 위반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4월 ‘러시아 내 북한 식당에서 학생비자를 갖고 불법으로 일하는 북한 여종업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보도에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러시아는 이민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도 지난 17일 공개된 최종 보고서에서 지난해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북한 국적자에게 취업비자가 아닌 관광 및 학생 비자를 발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측은 북한 국적자들에게 올해에도 취업비자 발급되고 있고, 북한인이 취업비자가 아닌 관광 및 학생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해 불법으로 일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지와 그 대응 조치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대해23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또 러시아 외무부와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도 북한 국적자에게 올 1/4분기 취업비자가 발급된 이유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문의에 23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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