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동아시아 범죄조직 이용해 정제유 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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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중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범죄조직을 이용해 정제유를 불법환적해 밀수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워싱턴의 안보연구기관인 'C4ADS', 즉 선진국방센터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22일 '검은 금: 북한의 기름확보연결망'(Black Gold: Exposing North Korea's Oil Procurement Network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로 규정하고 있는 연간 50만 배럴의 정제유 수입 상한선을 어기고 그 이상의 정제유를 불법 환적을 통한 밀수로 들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정제유를 합법적인 석유시장에서 구입해 훨씬 비싼 가격으로 암시장에서 파는 동아시아 내 밀수범죄조직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그 실례로 2020년 8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단에서 북한에 정제유를 운반한 혐의로 제재권고 선박으로 지정한 '다이아몬드 8' 호를 소개했습니다.

'C4ADS'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함께 '다이아몬드 8'호의 정제유 불법환적 배후를 조사했는데 거기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윈슨 그룹'(Winson Group)이라는 석유거래회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윈슨 그룹 설립자인 토니 텅(Tony Tung)은 이미 복수의 밀수와 뇌물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정제유 밀수는 중국 본토의 푸지안(Fujian) 지역과 연계되어 있는데 이 지역은 오랫동안 담배, 야생동물, 마약 등의 밀수가 행해져온 곳이라면서 북한이 이곳 범죄조직을 통해 정제유를 불법환적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와 뉴욕타임스의 설명입니다.

'다이아몬드 8'호의 정제유 불법환적을 심층 취재해 영상으로 소개한 뉴욕타임스는 22일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견뎌낼 수 있는 것은 범죄조직을 통한 정제유 밀수와 같은 불법활동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영상: 중국 푸지안 지역은 지금도 북한의 (정제유) 주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밀수자들은 위조 선박 이름을 또 사용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9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은 불법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북한이 그 틈을 이용해 정제유를 밀수하고 있다고 지 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중국 내 선박연결망에 의존하고 있고 이를 통해 불법환적이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2일 이번 보고서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날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