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기관 “대북제재 선박 ‘신원세탁’으로 감시망 회피”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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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기관 “대북제재 선박 ‘신원세탁’으로 감시망 회피” 사진은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 Wise Honest호.
/AP

앵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대상 선박들이 허위 등록정보를 이용한 ‘신원세탁’ 수법으로 제재 감시망을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는 미국 연구소의 최신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 C4ADS, 즉 ‘선진안보연구소’는 9일 선박 신원세탁(vessel identity laundering)을 통한 대북제재 위반 선박들의 제재회피 수법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제재 대상 선박들이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 즉 IMO에서 허위로 받은 새로운 등록번호를 활용해 합법적인 선박처럼 항해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소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 선박 11척의 행보를 분석한 결과 킹스웨이(Kingsway)호와 서블릭(Subblic)호가 허위 IMO 등록번호 발급을 통한 신원세탁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17년 12월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던 빌리온스 18호(Billions No.18)는 ‘킹스웨이’로 선박명을 바꾸고 또 다른 선박 트윈스 불(Twins Bull)호와 함께 선체 외관을 개조한 후 2018년 10월 알파(Alpha)와 유니 웰스(Uni Wealth)라는 새로운 선박으로 가장해 IMO 등록번호를 발급받았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선박 2척, 즉 알파(Alpha)호와 유니 웰스(Uni Wealth)호에 2개의 IMO 등록번호가 생성된 것입니다.

이후 유니 웰스 호의 IMO등록번호를 사용한 킹스웨이 호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조작해 슌파(Shun Pa), 에이팩스(Apex) 등 다른 선박 이름으로 신호를 보내며 운항을 계속해 오다 올해 5월 부산항에서 한국 정부에 억류돼 제재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킹스웨이 호 사례처럼 제재 대상 선박 자체를 개조해 새로운 IMO등록번호를 받는 수법과 달리 서블릭 호는 제3의 선박, 즉 중개선박을 활용해 새로운 IMO등록번호를 만든 후 제재 회피에 나선 사례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2월 제재 대상이 된 서블릭 호는 중개선박으로 쓰인 태국 국적의 스무스 시 28(Smooth sea 28)호의 IMO등록번호를 도용해 사용했고 대신 스무스 시 28호는 선박 외관을 개조해 중국에서 스무스 시 22(Smooth sea 22)호란 위장 선박명으로 새로 IMO 등록번호를 발급받았습니다.

스미스 시 28호로 불리던 서블릭 호는 이후 밀리안 알 국제무역회사(Milyan R Trade International Co. Ltd.)에 인수돼 선박명을 다시 하이저우 168(HAI ZHOU168)로 변경하고 지금까지도 합법 선박으로 위장해 항해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로렌 성(Lauren Sung) C4ADS(선진안보연구소) 연구원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킹스웨이 호 사례와 같은 새로운 신원세탁 수법은 과거 대북제재 혐의 선박들이 다른 선박의 정보를 단순히 도용하는 것과 달리 가상의 새로운 선박을 위조 등록해 발급받은 IMO번호를 활용하는 복잡성 때문에 추적이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로렌 성 연구원: 지금은 (선박) 신원을 아예 새로 발급받아서, 그것을 실제 사용할 선박에 맞춰서 발급받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찾기가 힘들고, 위조한 사실이 발각되기 힘든거예요.

이 보고서의 또 다른 저자인 루카스 쿠오 선임 연구원은 IMO선박 등록의 제도적 취약점 때문에 제재 회피 선박들이 손쉽게 허위로 등록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MO 등록번호 신청 선박이 실제 선박인지, 신청서에 제출된 선박의 세부 정보가 실제 선박과 일치하는 지에 대한 확인 절차가 제대로 없어 페인트칠과 같은 외관 개조만으로도 새 선박으로 둔갑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쿠오 연구원은 선박들이 IMO 등록번호 신청 시 구체적인 선박 정보들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외관과 세부사항을 보고하는 강화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는 현재 신청서에 공란이 있어도 IMO 등록번호가 발급되는가 하면 첫 등록 이후 수십 년간 선박의 정보가 갱신되지 않아 허위 등록 선박을 식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쿠오 연구원: IMO 등록번호 발급기관은 신청서에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기입하도록 하고, 등록 선박들이 주기적으로 최신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실제 조사를 해야만 합니다.

쿠오 연구원은 또 제재 위반 선박들이 보안체계가 부실한 AIS, 자동선박식별장치를 조작해 마음대로 선박명을 변경할 수 있는 것 역시 문제점이라며, 기계 변조 방지를 위한 통일된 국제 기준과 국제적으로 공유되는 AIS 등록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유엔을 비롯해 각 국가들이 대북제재 혐의가 있는 선박과 잠재적인 연관이 있는 그들의 관계망(네트워크)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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