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대상 북 선박, 전승절 기간 중국 머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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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입항이 금지된 북한 선박이 최근 중국에 정박한 뒤 보름 넘게 머물다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엔 제재를 위반한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최근 북한 소유의 한 화물선이 중국 첸지아강항 정박지에 포착됐습니다.

해당 선박은 불법 무기거래로 유엔 안보리 제재대상에 올라 있는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유 선박으로 지난 2016년 유엔 대북제재 명단에 오른 ‘회룡’(Hoe Ryong)호입니다.

당시 안보리는 대북제재 대상이 소유하거나 운영 및 불법활동 연루가 의심되는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습니다.

또 회룡호 등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31척이 자산동결 대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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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자료에 따르면 회룡호는 유엔 제재 명단에 등재돼 있다. /IMO

회룡호는 미 재무부의 대북제재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룡호는 지난 달 7일 오후 2시50분(세계표준시 UTC)에 북한 원산항을 떠난 뒤 15일 오후 7시40분 중국 첸지아강에 정박했습니다.

이후 31일 오후 11시58분에 첸지아강을 떠나 8월3일 오전 4시25분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유엔 제재로 입항이 금지된 북한 선박이 중국 항구 정박지에서 보름 넘도록 머물다가 북한으로 다시 되돌아간 것입니다.

특히 회룡호가 중국 항구에 입출항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7.27 전승절 행사 때 중국 대표단을 초청한 날과 겹쳤습니다.

아울러 회룡호는 첸지아강에 도착하기 전인 7월13일에는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하루종일 머물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은 여러 차례 보고서를 통해 이 지역에서 석탄과 석유와 같은 선박간 선박 불법 환적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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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회룡호가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석탄을 하역했다고 밝혔다. /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 보고서 (RFA Traveler)

실제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은 회룡호가 지난 2월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 도착해 석탄을 하역한 후 남포로 떠났다고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보고처럼 중국 해역에서 불법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여러차례 포착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선박이 정박한 사례가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대북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선박들이 중국 해역에 들어가더라도 항구에 정박하지 않거나 적어도 위치 신호를 조작하는 행위를 통해 방문사실을 숨겼지만, 이제는 노골적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룡호의 중국 정박은 명백한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특별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것은 중국이 가능하게 한 여러 늘어나는 유엔 제재 위반 사례들 중 하나”라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It is one of a growing number of UN sanctions violations that China has enabled.)

그는 “베이징(중국)의 우선 순위는 항상 북한의 안정에 있다”며 “그리고 가장 큰 무역 파트너로서, 베이징은 일관되게 북한이 존속할 수 있을 만큼의 식량과 연료를 제공해왔다”고 밝혔습니다. (Beijing’s priority has always been on stability in North Korea, and as it’s largest trading partner, it has consistently provided food and fuel enough to keep North Korea afloat. )

중국이 유엔 제재 명단에 오른 회룡호의 정박을 허용한 이유에 대해 그는 “중국은 몇가지 이유로 이런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중국의 사업가들은 이익을 추구하며, 그들은 북한의 석탄과 광물을 거래한다”고 밝혔습니다. (China is engaging in this economic activity for several reasons. Chinese businessmen seek profits, they trade for north Korean coal and minerals.)

아울러 그는 회룡호의 이번 입항이 코로나 이후 북중 간 경제 관계의 재건을 반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The ship’s arrival reflects a rebuilding of post-COVID economic ties.)

미국 민간연구기관 C4ADS, 즉 ‘선진안보연구소의’ 앤드류 볼링 동북아 담당 연구원도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회룡호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모든 유엔 회원국의 입항 금지 대상”이라며 “역사적으로 항구에 기항하는 유엔 제재 선박은 압수되거나 최소한 거절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이 같은 입출항 사실을 숨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볼링 연구원은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북한 선박은 최근 몇 년간 중국 해역에 진입해 항구에 기항하거나 화물을 하역했다”며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이 중국 영해에서 석탄을 하역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 질의하자 중국은 북한 선박이 자국 항구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회룡호가 첸지아강에 도착하기 전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머문 것과 관련해 “북한이 선박간 선박 불법 환적 등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석유제품 수입에 공식적 제한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법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따라, 북한이나 북한 대리 선박이 공해상에서 환적을 통해 물품을 건네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이러한 결의는 물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위반 시 제재 대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통해 유류제품을 밀반입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또 최근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남포항 일대 유류 저장 시설이 4개 늘어나면서 기존 18개에서 22개로 확장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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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1일에 촬영한 최근 위성사진에 따르면 남포항 유류시설에 저장고가 4개 늘어나면서 기존 18개에서 22개로 증가했다. /Planet Labs (해상도 50cm), 이미지 제작-정성학

북한 남포항의 유류 저장고 증설 동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불법 환적 장면을 포착한 사례도 발견됐다는 겁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 일반적으로 유류는 송유관을 통해서 공급을 받게 되면 저장시설을 그렇게 많을 지을 필요도 없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고 지금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유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반입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불법으로나마 가급적 많이 유류를 받아가지고 확보해서 비축해 놓으려고 저장시설을 많이 짓는 걸로 판단이 됩니다.

한편 주유엔 중국 대표부와 중국외교부는 회룡호 입출항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3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조진우 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