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협동농장에 종자 도둑 기승…무장보위대 조직”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3.05.16
“양강도 협동농장에 종자 도둑 기승…무장보위대 조직” 백두산이 인접한 양강도에 감자꽃이 만발한 모습.
/연합뉴스

앵커: 북한 내 식량난이 절정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밭에 심은 감자와 메주콩을 훔쳐가는 도둑을 막기 위해 북한 양강도의 협동농장들이 무장보위대까지 조직해 종자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보릿고개가 절정에 다다른 북한 양강도의 협동농장들이 종자 지키기 비상이 걸렸습니다.

 

밭에 심은 감자와 메주콩을 파내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려서인데 급기야 무장보위대까지 조직해 종자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14일 “서리 피해에 강한 감자는 5월 9일부터, 서리 피해에 약한 메주콩은 5월 12일부터 파종을 시작했다”며 “이제 파종이 시작인데 벌써부터 밭에 심은 감자와 메주콩을 파내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에서 14일 현재 입쌀(벼) 1kg은 북한 돈 6천원(0.7달러)으로 5월 초에 비해 가격변동이 없지만, 강냉이 1kg은 3천4백원(0.4달러)으로 5월 초에 비해 400원이나 더 올랐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강냉이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여기다 양강도는 아직 산나물도 돋지 않았고, 봄철 첫 남새(채소)인 시금치도 5월 말이 되어야 먹을 수 있어 식량난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오죽하면 주민들이 밭에 심은 감자와 메주콩까지 파먹겠냐”며 “이런 현상은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8년 봄이나 화폐교환(개혁) 직후인 2010년 봄에나 볼 수 있었던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16일, 양강도의 농업 관련 소식통은 “감자는 일정한 간격으로 통 알을 심기 때문에 파내기도 쉽고, 땅에 심은 메주콩은 며칠만 지나면 콩나물처럼 먹을 수 있다”며 “식량이 바닥난 주민들이 종자로 심은 감자와 메주콩을 파내 먹으며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다른 협동농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지만 삼지연시와 보천군, 백암군의 협동농장들에서 밭에 심은 종자를 도둑맞는 현상이 특히 심각하다”며 “양강도당의 지시에 따라 12일부터 이곳 협동농장들은 땅에 심은 종자를 지키기 위한 무장보위대까지 조직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종자 도둑들이 개인 밭이나 협동농장 밭을 가리지 않아, 뙈기 밭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도 밭에 경비막을 쳐 놓고 밤을 새고 있다”며 “당장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어 산나물이 나기 전인 5월 말까지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문성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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