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파견한 은행직원, 중국서 북-중간 송금 업무 전담 활동
2019.09.30
앵커: 북한 당국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직원을 중국 현지에 파견해 무역주재원들의 본국송금업무를 전담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행측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의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28일 “얼마 전부터 북조선에서 파견한 여성 은행원이 중국에서 북조선으로 보내는 송금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면서 “40대 초반의 이 여성은 북조선 창신은행 소속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있으며 중국인 명의로 된 중국은행의 차명계좌 여러 개를 운용, 관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 북조선 여성은 주로 단둥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예의가 바르고 상냥한 성격이어서 중국 은행원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국 어느 지역에서도 이 여성의 보유한 은행 차명계좌로 송금을 하면 늦어도 2~3일 내에 북조선으로 돈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이 여성은 송금수수료로 1만달러 이하는 송금액의 0.5%, 1만 달러 이상은 0.3%를 징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 여성이 받는 송금수수료는 중국 은행들이 타 은행계좌로 송금을 할 경우 받는 수수료와 비슷한 금액”이라면서 “이처럼 값싼 수수료만 내면 북조선에 현금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여성은 북조선 당국이 직접 파견한 송금대리인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변경도시의 또 다른 무역업자 소식통은 “북조선 무역주재원들뿐 아니라 북조선과 거래하는 중국무역회사들도 이 여성에게 송금을 의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주로 밀수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중국무역회사들이 정상적으로 송금할 경우,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 여성에게 송금을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여성이 하는 송금 업무는 과거 북-중간 오가는 자금을 처리해 주던 일을 했던 ‘광선은행’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이 ‘광선은행’은 사무실을 차려놓고 고정적인 장소에서 업무를 본 것에 비하여 창신은행 소속이라는 이 여성은 움직이는 광선은행인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여성은 중국인 명의의 차명계좌 여러개를 보유하고 거액의 현금을 북조선에 보내는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과정이 유엔 대북제재뿐 아니라 중국 국내법에도 저촉되는 일인 만큼 중국 당국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것으로 북한에서 파견한 은행 직원이 중국인 이름으로 북한에 송금했다는 사실을 중국 은행 측이 적발하지 못한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책임연구위원은 다만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해도 대규모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중국 지방은행의 이 같은 일탈행위를 중국 내 중앙은행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제재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중국 당국이 개입해 이른바 ‘제재 물타기’를 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