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간첩소동’에 단둥 한인상가 썰렁

중국-김준호 xallsl@rfa.org
2015.04.08
dandoong_shopping_b 북한인들이 많이 찾았던 중국 단둥해관 부근 상가.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지난달 26일 두 명의 남한 선교사를 간첩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한 이후 중국의 접경도시 상가 분위기가 얼어 붙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한국상점과 식당 등에 북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당국이 남한 선교사 두 사람을 간첩혐의로 체포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연 이후 중국 단둥에 있는 한국인 업소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특히 기자회견을 연 지난 3월 26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단둥 지역의 반공화국 정탐모략거점들’을 지목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한국인 상점과 식당들의 주인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한국인 업주들은 “진짜 모략은 북한당국이 하고 있다”며 북한의 억지주장을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3월 26일 ‘국정원의 반공화국 정탐모략거점들’이라고 지목한 업체(소)들은 상점과 식당이 각 12개씩이며 무역회사와 병원, 호텔이 각각 2개씩으로 단둥지역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모든 업소들이 총 망라되어있습니다.

단둥에서 한국상품점을 운영하는 한 소식통은 “북한이 지목한 업체들 중에는 이미 폐업한 지 반년이 넘은 곳도 있고 한국인이 운영하지 않는 업소도 포함되어 있어 조선중앙통신 기사가 얼마나 억지를 부린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김국기라는 사람이 단둥에 있는 남조선 국정원의 정탐 거점이라고 지목한 한국인 상점주인은 “(나는)김국기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본 기억도 없는데 우리 상점이 국정원 거점이라니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단둥의 한국인 상점주인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방지 소동으로 5개월 가까이 북한 주민들의 발을 묶어 놓은 북한당국이 이번에는 난데없는 남한 간첩소동으로 북한사람들의 한국상점 출입을 막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북한 내부의 이 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중국에 있는 북한 주재원들도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한국상품 구매와 상점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단둥에서 북한 무역 주재원들과 교류가 잦은 한 조선족 인사는 “북한 무역대표들과 출장을 온 북한 관료들이 밥 한끼 먹으려고 해도 한국식당을 제외하면 갈만한 곳이 없다면서 남조선 간첩소동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불평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북한의 무역주재원이나 출장자들은 한국인 업소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일반업소에도 드나들기를 꺼려 조선족이나 화교들이 운영하는 업소도 엉뚱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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