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실시간 ‘태풍 특보’는 경제 위기 두려움의 발로”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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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iwon_bavi_b 북한 조선중앙TV는 27일 제8호 태풍 '바비'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가로수들이 부러져 도로를 뒤덮은 모습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 매체가 매우 이례적으로 지난 26일과 27일에 걸쳐 거의 실시간으로 제8호 태풍 ‘바비’ 관련 보도에 나선 것은 현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북한 정권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정보통신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마틴 윌리엄스 편집장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26일부터 27일까지 24시간 이상 태풍 ‘바비’에 대한 재난 방송을 했다며, 아주 이례적(exceptional)이라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편집장: 평일 방송시간은 보통 오후 3시부터 10시 반 경까지입니다. 밤새 방송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24시간 이상 방송을 했는데요. 제가 확인해 보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에도 밤새도록 방송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 방송을 청취하고 분석하는 윌리엄스 편집장은 조선중앙TV는 태풍 ‘바비’가 북한을 통과하는 동안 거의 실시간으로 그 위치와 속도에 대해 보도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7일 황해남도 옹진군과 해주시, 황해북도 사리원, 남포와 평양 등에서 강풍과 호우로 인한 피해를 시시각각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이전과 달리 우산을 쓴 기자가 직접 현장에서 급박한 상황을 전하는 새로운 보도 방식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방송이 태풍에 대한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극도로 신경을 쓰는 이유는 북한이 처한 경제 위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버라드 대사: 지난 19일 북한은 5개년 경제계획이 엉망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코로나19와 엄청난 태풍의 위험으로 압박을 받았을 겁니다. 당연히 엄청 걱정이 됐을겁니다.

(19th of August, they had to admit that their 5-year-plan is in tatters. They were troubled to keep COVID in control and now they are pressured with a major tropical storm. Of course, North Korea was worried sick.)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접하는 북한 주민이 많아지면서, 북한 매체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태풍 피해 현장의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국제 사회로부터 피해 복구 관련 지원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외부로부터 수해 복구 지원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진 북한의 속내는 국제사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인도적 지원의 손길을 건네길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킹 전 특사는 주장했습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평양의 한 서방 외교관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날 강풍을 동반한 태풍 ‘바비’로 인해 나무가 쓰러지면서 외교단지 내 담벼락이 무너졌는데 북한 당국이 신속히 복구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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