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문철명 송환, 북한인 신병인도 첫 사례”

워싱턴-지에린 jie@rfa.org
2021.03.22
미 법무부 “문철명 송환, 북한인 신병인도 첫 사례” 사진은 미국 법무부 건물.
/AP

앵커: 미국 법무부가 자금세탁 등 혐의로 북한 국적자 문철명이 미국으로 송환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병 인도가 향후 미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에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법무부는 22일 거의 2년 간의 법적 절차 끝에 자금세탁 등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국적자 문철명 씨가 외국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문 씨의 미국 송환은 북한인의 신병이 미국에 인도된 사상 첫 사례라며, 문 씨가 이날 처음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했다고 밝혔습니다.

AP통신은 앞서 21일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북한 사업가 문 씨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기소는 문 씨가 미국과 유엔이 북한에 부과한 비확산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은행을 속이고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를 제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재회피와 다른 국가안보 위협으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우리 법을 확장해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e will continue to use the long reach of our laws to protect the American people from sanctions evasion and other national security threats.)

또한 보도자료는 문 씨가 다른 이들과 함께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미국 금융망에 몰래 접근하려고 공모했으며, 150만 달러 이상의 돈세탁 거래를 위해 미국 은행을 속이고 미국 및 유엔 제재를 모두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문 씨가 미국 및 유엔의 제재대상인 북한의 정보당국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는 혐의도 제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 씨의 신병 인도가 향후 미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하나의 개별 사건이 미북관계 본질을 바꾸진 않지만, 미국이 북한과 물밑접촉을 시도하는 시점에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물밑 소통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점에서 북 한의 국제적 망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대북외교의 시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미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문 씨의 신병인도가 김정은 정권의 체면 문제일 수 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내 돈세탁, 사이버작전 등 불법 경제활동을 제대로 엄중단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이번 신병 인도를 미국의 대화 손짓에 응하지 않는 핑계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북한은 긴장을 높이고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는 구실로 삼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선 북한과의 관계에 손상이 있겠지만, 더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북한 핵프로그램, 군부, 지도층에 자금을 대기 위해 사용하는 불법활동 전략이 세상에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 국장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신병 인도로 인해 미북관계가 적어도 당분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스 국장: 미국은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도록 압박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번 일을 자신들의 규칙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으로 인식합니다. 자국민이 이렇게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되는 것을 보길 원치 않는 겁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북한과의) 관계에 손상이 있을 겁니다.

그는 또 이번 신병 인도는 미국에 북한의 제재위반 활동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무기를 쥐어주게 되기 때문에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별로 놀랍지 않지만, 현재 미국과 말레이시아 간 관계를 생각할 때 말레이시아가 북한인 신병을 인도한 것은 놀라웠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예상을 깨는 행보였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19일 말레이시아 당국이 문 씨 신병을 미국에 인도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틀 후인 21일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들과 그 가족 등 30여명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발한 상하이항공 여객기를 타고 북한으로 떠났으며, 현재 경유지인 중국 상하이에서 전원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역시 완전히 폐쇄됐습니다.

한편, 젤리나 포터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전화로 기자들과 만나 문 씨의 신병 인도가 향후 대북관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려하냐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강조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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