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수일 chuns@rfa.org
남한내 탈북자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남한 주민들과 친하게 지낼수록,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탈북자 가족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남한의 부부 평등문화에 맞도록 바꾸면, 남한 사회 적응이 보다 쉽다는 전문가 주장도 나왔습니다. 교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북한이탈주민 연구학회’가 29일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 전수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고려대학교의 윤인진 사회학과 교수는 2005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실시한 ‘새터민 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탈북자들의 학력과 남한 주류사회에 대한 접촉, 참여도가 남한에서 일자리를 얻는데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선 교육이나 직업훈련 수준이 높을수록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윤인진: 북한에서 대학교육과 같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비록 초기에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과 취업면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을 지라도 거주기간이 길어지면서 취업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고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취업만 가지고 본다면 북한에서의 학력이 남한에서의 학력보다 통계적으로 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같은 학력수준을 갖고 있어도 사회적인 연결망을 통해, 다시 말해서, 남한 주류사회의 접촉이나 참여도가 많은 탈북자일수록 취업 기회가 높다고 합니다. 그만큼 취업 정보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윤인진: 남한주민과 친밀하게 지낼수록 남한에서 정규직을 얻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즉 남한 주민과 친밀한 사람들은 아까 언급된 연결망이 취업기회에 유용하게 연결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정규직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윤 교수는 그래서 탈북자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남한에서 대학교육과 같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연고없는 탈북 청소년들이나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대안가정이나 후견인을 얻어주는 방안과 지역별 교회나 사찰같은 종교기관이 지원하는 방안, 또 사회복지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며 그 자신 탈북자인 김영희씨는 가족단위의 탈북자들의 갈등과 남한사회 적응의 어려움에 대해 탈북자 가족 유형별로 분석 설명했습니다. 탈북자들 끼리 혼인한 가족, 탈북자와 조선족 부부 가족, 그리고 탈북자와 남한사람간의 혼인 가족 유형에 따라 갈등은 달랐습니다. 탈북자들끼리 혼인한 가족의 경우 제일 큰 문제는 가부장적인 인습에 젖은 남편과 남한의 부부평등 문화를 고집하는 아내간의 마찰이라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김영희: 40대 주부들이 하는 얘기가 ‘우리남편은 밤낮 집에와서 폭력을 쓰고 일은 안 나가고 집에서 가부장적으로 완전히 큰소리만 치는 것 때문에 북한말로 쌩판없이 논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논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해야 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이 젊은 사람들 속에서 많다. 남한사회의 부부평등문화를 접하는 것이 많으면서 ’남자가 저렇게 잘하나‘ 감탄한다. 특히 드라마를 보면 그렇다.
탈북자와 남한사람간 재혼한 경우는 각각의 자녀들간의 문화차이가 가족 갈등의 주요 원인중의 하나라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김영희: 내 가까운 친구인데, 그분은 북한에서 데려온 자녀가 두명, 남한의 아내가 두명. 애들이 네 명이다. 애들끼리 안 맞는다고 한다. 만날 북한, 남한 하면서 싸운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 애는 기숙하는 대안학교에 보내야겠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애들 문화충격으로 갈등한다. 애들 싸움이 어른싸움이라고, 부부가 그렇게 좋아서 결혼했는데 부부갈등으로 이어진다. 언제 파탄될지 모른다.
그밖에도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탈북자와 남한인 가정의 경우, 동거를 비윤리적으로 간주하는 북한 가치관으로 탈북자가 지속적인 혼인생활을 하는데 심적 갈등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고, 또 남한사회 사고방식으로 이성 친구를 문제시 않는 남한인 배우자에 대해 탈북자는 비도덕적으로 생각해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김영희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탈북자들에게 뿌리깊게 박혀있는 북한가족 문화를 남한 사회의 부부 평등문화에 부합하는 가족 가치관으로 전환하도록 하되, 급격한 변화는 가정 파탄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수용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서강대 초빙교수이며 북한이탈주민연구학회 부회장으로 이날 학술회의 사회를 진행한 탈북자 안찬일 교수는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에 제일 큰 어려움은 대부분 남한 사회에 연고 없이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는 데 있다면서 이들이 정착의 뿌리를 내릴 때 까지 온정의 이웃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찬일: 한마디로 탈북자는 옮겨 논 화분같은 것이다. 북한에서 갑자기 이동해 왔기 때문에 관계면에서 처음에는 단극적인 관계만 형성하게 된다. 정부나 기관에서 도와주지만 지연, 학연, 혈연이 전혀 없다. 때문에 서포트하는 정부나 기관과의 관계가 끊어지면 바로 이탈하는 환경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탈북자들이 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 사람들이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정을 줌으로써 이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그런 감성부터 붙잡아 주는 것이 적응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날 발표회 뒤 토론에 참여한, 탈북자 정착을 돕는 단체- ‘새롭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한 모임’- 약칭, ‘새조위’의 신미녀 부회장은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정착에 큰 걸림돌은 문화적 차이라면서 탈북자들의 사고방식만 바꾸려 하지 말고 탈북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미녀: 우리가 초창기에는 남한사회에 와서 새터민들이 자본주의에 빨리 적응하라고 채찍을 했지만 이제 1만2천 명가량 온 지금에는 우리가 새터민들만 변하라고 하지 말고 우리 남한사람들이 새터민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훨씬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데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