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는 즐길 수 있는 '여가 시간'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없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강제로 부여하는 방과 후 활동과 노역 등으로 찾아 보기 힘든 고된 일상을 지낼 뿐만 아니라, 전력난으로 잠자리에 일찍 들어 깨어있는 시간도 길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전문 언론 매체인 NK News는 독자들에게 받은 질문을 북한 평양에서 살다 온 탈북자 지 민 양에게 직접 북한에 대해 물어보는 코너를 통해 “북한에서 여가 시간 (free time)이 흔하지 않다”고 최근 전했습니다.
지민 양은 북한에서 아버지가 아침 7시 반까지 일을 갔다가 저녁8시가 되면 돌아오곤 했다며 북한 주민들은 여가를 즐길 만한 ‘물리적인 시간’도 많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학생들도 일명 ‘방과 후 활동’, 즉 종이, 유리, 고무, 그리고 토끼 가죽 등 재활용 모으기나 공사 현장 또는 협동 농장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저녁 7-8시 정도로 늦다며 여가 시간이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집에 돌아온 후에는 밤 10시만 되면 가족들이 다 이 시간에 맞춰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심각한 전력 부족으로 일제히 소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외신인 BBC가 지난 8월 북한 평양에서 소등됐을 당시를 몰래 촬영한 비디오에 따르면 북한 시민들은 ‘암흑’속에서 길을 찾아야 할 정도입니다.
BBC 녹취: 시민들은 암흑 속에서 길을 걸어야 합니다.
지민 양은 가끔 소등이 되지 않는 날에도, 언제 소등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잠자리를 일찍 여기는 날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촛불을 켤 수 있는 기름을 아끼기 위해 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가족이 잠자리에 들곤 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시간이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 동안 즐길만한 일들이 많지 않다고 지민 양은 전했습니다. 자신이 어렸을 적, 귀가 후 아버지가 하던 일은 주로 자녀들과 함께 북한의 관영 신문을 읽는 일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주로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어린 청년의 이야기 라든가, 미국과 남한의 합동 군사 훈련 등에 관한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비교적 북한에서 부유한 생활을 지낸 지민 양은 동네 전체에서 2-3명만이 가진 TV를 보유하고 있어서 가끔 동네 사람들이 와 함께 시청하곤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례적인 TV시청조차도 주로 조선 중앙 통신이라는 한 가지 채널만 볼 수 있어, 주로 사람들은 이를 지루하게 여겼다고 전했습니다. 이 내용도 역시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관련된 선전, 선동으로 이루어 졌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지민양은 북한에서는 노역과 방과후 활동에 전력난까지 더해 실질적으로 여가 시간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자투리 시간에도 즐길만한 여가 활동이 다양하지 못해 남한으로 탈북 와 정착한 후 주어진 많은 자유 시간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을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느라 주말이 주중보다 더 바쁘게 느껴질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