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엔 꼭 나의 얘기를 영화로 - 2006학년도 대학 신입 탈북청소년 김영일(가명)

올 3월에 부푼 희망을 안고 남한 대학에 입학하는 탈북 청소년, 김영일 군을 만나봤습니다. 대학 영화과를 진학하는 영일 군은 앞으로 10년 뒤에는 자신과 같은 탈북자의 얘기를 꼭 영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탈북자 김영일 군(가명, 84년생)은 올 3월이면 서울 예술 대학, 영화과 신입생이 됩니다. 영일 군는 84년생, 올해 22살로 지난 2002년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올해 대학 시험을 본 남한의 고등학생 3학년이 87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4년 정도 늦은 입학임 셈입니다.

쌀 한포기를 벌어오겠다고 고향땅을 떠난 것이 14살 때 일이고 중국에서의 숨어다던 생활 5년. 2번 북송됐고 죽을 고비도 넘겼습니다. 아버지가 남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한에 입국한 것이 3년 전에 일입니다. 남한에 들어오고 보니,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년 동안 영일 씨는 초중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를 모두 마쳤습니다.

영일 군의 공부 과정은, 다른 탈북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특히 국어와 영어, 또 역사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김영일: 북한에서 어릴 때 배운 것이 자꾸 생각이 나요, 이것들이 진짜 사실인지 계속 묻게 되구요.

공부와 함께 영일 군이 가장 많은 시간은 들인 것은 영화보깁니다. 그 동안 본 영화만도 얼추 3-4백편이 된다고 영일군은 말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한석규 씨고 감독은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특히 남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가장 감명깊게 봤고 탈북자를 다룬 남한의 영화들도 영일 씨의 주된 관심꺼리입니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영일 군은 자신의 얘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어려움 상활도 알리고 싶었고 함부로 말하기도 두려워지는 자신의 어려운 시절의 얘기도 영화라는 방법을 통해서 훌훌 털어버리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김영일: 지금도 간혹 악몽을 꿔요. 끌려가는 꿈을 꾸는 데 눈을 떠보면 남한이고. 나이가 들면 더 할 것 같아요. 이런 것을 털어버리를 방법이 필요했어요.

사실 이런 자신의 포부 때문에 연기에 자신이 없었지만, 영화과 연기 실기 시험도 합격한 듯하다고 영일 군을 털어놓습니다.

김영일: 너무 떨렸어요. 중국에서 북한에 끌려갈 때 같이 긴장이 들었어요. 교수님들한테 연기 시험이 딱 끝낸 뒤에, 내가 이런 이유로 연기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교수님들이 그 얘기를 들어주셨어요.

처음 영화과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영일군의 아버지는 반대했습니다. 반듯한 기술이라도 배워서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아 줬으면 하는 것이 아버지의 바램이었습니다.

우선, 합격은 했지만 걱정은 있습니다. 학비는 정부에서 내주지만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책 살 돈이며 실습비며 학교에 다니면서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이 문젭니다. 생활비 30만원이 정부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 돈은 생활비와 공과금, 교통비를 쓰기에도 넉넉지 않은 비용입니다. 공부만 하면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 보다 두 배를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영일군은 잘 알고 있습니다.

김영일: 열심히 해야죠. 그래서 내가 설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기자가 영일 군을 만난 날은 학교 졸업식 다음 날이었습니다. 졸업식에서 눈물이 나지 않았냐는 말에 영일군은 하도 울어서 눈물도 안 난다고 딱 자릅니다. 그러면서 일 년에 딱 두 번, 명절 때와 생일날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고 이번 대학 합격 소식에도 함께 기뻐해줄 북쪽의 가족이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일: 사실 그런 날을 같이 기뻐해줄 가족이 가장 절싱합니다.

영일군의 아버지는 남한에서 숙식이 해결되는 직장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일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아버지를 만납니다. 아버지와 영일군은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 형편이 좋아지면 꼭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남한에는 영일 군과 같이 큰 꿈을 가지고 대학을 진학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은 대학 교육이 남한에서 좋은 직장을 얻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공부를 시작지만, 대학을 다니는 일은 녹녹치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따라가기 힘든 학과 공부와 학비 외에 학교 생활에 드는 부수적인 금전문제에 어려워하고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 교육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남한 사회와 정부가의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