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규모 추산에 남한가격 적용이 최선"

북한의 경제규모를 추산하는 방법을 놓고 남한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써오던 남한가격 대신에 북한가격을 적용해 북한의 경제실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그럴 경우 기존 통계와 너무 차이가 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와 관련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북한의 공식환율에 문제가 있는 만큼 북한가격 보다는 기존대로 남한가격을 적용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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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대학교 (University of Vienna)에서 동아시아 정치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루디거 프랭크 (Ruediger Frank) 박사 - PHOTO courtesy Ruediger Frank

8일 남한언론 보도에 따르면, 남한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남한가격 대신 북한가격을 이용해 북한의 경제규모를 추산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가격에 관한 공개 자료가 없어 할 수 없이 남한 가격을 사용해왔지만, 북한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방법을 바꾼 겁니다.

문제는 북한 가격을 적용할 경우 북한의 경제규모는 그동안 알려진 수준의 4분의 1로 크게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2004년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208억 달러이지만 북한 가격을 적용할 경우 50억 달러로 뚝 떨어집니다. 북한 가격을 적용하는 바람에 북한의 국민총소득이 종전엔 남한의 33분의 1이었지만 이젠 130분의 1수준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차이가 너무 나자 남한 정부안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방식을 적용할 경우 남북한의 군사비도 그동안 알려졌던 것 보다 훨씬 더 차이가 날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방부 예산을 편성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남한의 군사비 지출은 작년에 210억 달러였으며, 북한은 지난 2002년 추정치로 50억 달러였습니다.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남북한 군사비 차이는 현재의 4배 정도에서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북한 경제 전문가 루디거 프랑크 (Rudiger Frank) 교수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정확성을 위해서도 한국은행이 기존에 사용했던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Frank: (First of all, this exchange rate is artificial. It's not the market-determined exchange rate.)

“북한가격을 사용할 경우 달러화로 환산할 때 어떤 환율을 적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북한당국이 발표하는 공식 환율은 시장에서 정해진 게 아니라 당국이 억지로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정확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또 지난 2002년에 북한당국이 환율을 75배나 올렸는데요, 그만큼 북한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북한의 경제규모도 갑자기 75배나 줄어들게 되는 사태가 빚어집니다.”

프랑크 교수는 가격 말고도 북한의 생산물량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한 나라의 경제규모는 한 해 동안 그 나라에서 생산된 물량에 가격을 곱해서 구하는데, 북한의 경우 농업생산은 위성사진과 기상조건 등을 참고해 추정해볼 수 있으나, 공업생산은 현황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프랑크 교수는 공산주의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군사비 지출 규모를 감추기 위해 경제관련 통계를 비밀에 부쳐온 만큼 북한관련 통계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은 새로울 게 없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경제관련 통계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김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