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어린이, 유전자 비슷한데 건강 격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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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이 1년치 쌀을 수입할 돈을 미사일 발사로 하루에 다 써버리는 등 주민복지는 '뒷전'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도 매우 취약한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한국 어린이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확연하게 드러나는데요. 자세한 내용 심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주민들이 먹을 쌀도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을 미사일 발사에 쏟아붓고 있는 북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연약한 어린이들입니다.

어린이는 유해환경에 취약하고, 어릴적 건강상태는 성인이 된 이후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깊은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북한 정권은 안전한 환경과 영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의학 전문지 이화메디컬저널(EMJ, The Ewha Medical Journal)에 지난달 31일 게재된 ‘남북한 환경영향에 따른 건강 격차 분석’ Comparative Analysis of Health Patterns and Gaps due to Environmental Influences i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논문은 17년 동안 남북한 어린이들의 환경과 건강을 비교했습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국제대학원, 영양학과, 의대, 약대, 간호대, 행정학과, 사회학과, 여성학과 공동연구진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미항공우주국(NASA)과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종합해 추세를 파악했습니다.

분석 결과, 이 기간 북한의 평균 초미세먼지(PM 2.5) 수치는 36.5로, 28.3인 한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직접 침투해 폐질환과 조기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에 초미세먼지가 많은 이유는 연소율이 낮은 난방 및 취사 연료, 질 낮은 석탄이나 중유 사용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납 노출이나 영양실조, 식수오염 등도 북한 어린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문제들로 비롯된 결과는 남북한 어린이 건강 비교 통계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북한의 어린이 급성 하기도 감염 사망률은 2000년엔 1000명당 12명, 2015년 이후에는 3명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한국 어린이는 계속 0명에 가까운 낮은 비율을 유지했습니다.

북한 어린이 빈혈 유병률은 30% 선인 반면, 한국 어린이는 1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설사병으로 사망한 북한 어린이는 2000년엔 1000명당 7명, 2017년에는 2명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 어린이는 0명에 가깝습니다.

뇌염, 수막염으로 인해 사망한 북한 어린이는 2000년 1000명당 2.5명, 2017년 이후 0.5명 수준입니다. 한국 어린이는 계속 0.2명 수준입니다.

5세 미만 사망률에선 북한은 2000년 1000명당 60명, 2017년 20명 수준입니다. 한국은 3명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산 사망 통계에서 북한은 2005년 1000명당 12.5명, 2015년 이후에는 5명 가까이 됩니다. 한국은 2명 아래입니다.

2014년 탈북해 지금은 국제 NGO 단체 글로벌피스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현승 북한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논문과 관련한 북한 실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실례를 들면, 북한에는 전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석탄이나 중유, 석유,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이나 도시에서도 우물이나 산에서 나오는 물을 그대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들이 개선해주고 싶어도 경제적 능력이 안되니까 어린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복지보다 무기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미래를 이끌어갈 북한 어린이들의 생명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기자 심재훈, 에디터 양성원,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