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교수 “과거 북한서 수술 중 녹슨 메스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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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한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북한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언급하며 과거 북한에서 녹슨 의료용 메스(수술칼)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하버드대 의대 한국 보건정책 프로젝트 국장을 맡고 있는 박기범 교수는 14일 과거 북한 평양의과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하던 중 녹슨 메스(수술칼)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인유권자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컨퍼런스(회의)에 참석해, 2007년 처음 방북한 후 몇 년 뒤 북한 외과 의사와 수술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수술 중 메스가 녹슬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기범 교수 : 북한 의사가 건네준 메스로 절개를 시도하는 데 절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보니 메스가 녹슬어 있었습니다.

박 교수는 메스가 녹슬었다는 것은 메스가 저렴한 물품인데도 “닦고 소독해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미국에서 의사가 오면 녹슨 메스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수술 준비를 한 간호사가 관련 지침을 듣지 못했거나 잊어버린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박 교수는 “수술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간호사를 보며 우리를 모욕했다고 추궁하자 내가 ‘일없습니다’라고 말했다”며 “이는 북한 말로 ‘괜찮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러한 경험에 대해 “북한의 문제는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며 “그들은 수술 방법은 알지만 자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열악한 보건 체계 문제는 “신약이나 수술의 문제가 아닌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나와 같은 의사들에게 평화는 보건의 전제 조건이자 수술이나 약, 상처 치료보다 더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교수가 참석한 이번 컨퍼런스는 14~15일 미국 내 한인들에게 ‘한반도 평화법안’(HR 3446)을 설명하고 법안에 서명한 미 의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개최됩니다.

한반도 평화법안은 미국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미북 연락 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태미 김 시의원과 워싱턴주 킹카운티의 리사 매니언 검사장 등 여러 한인계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