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해전 이후의 남북관계 Q/A]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09-11-23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남북관계가 제3차 서해교전이 일어난 뒤로 위축 상태를 맞았습니다. 북한은 이번 교전에서 타격을 받은 데 대한 보복으로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예고하는 한편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회담하고 싶다는 의사도 간접적으로 밝히면서 신경전과 심리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해교전 이후의 남북 관계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남북 간의 제3차 서해교전, 즉 대청해전이 10일 일어난 이후로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남북 사이의 대화나 교류는 더욱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서해교전 직후 남북한 관계가 더욱 악화하는 사태는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북한 군부가 13일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언급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옥수수 1만 톤의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 단체의 방북이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18일 북한이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를 한국 당국과 논의하고 싶다고 간접적으로 밝혀 해빙 기운이 약간 돌기는 합니다.

앵커:
위축 상태로 들어간 남북 관계의 실례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우선 위에서 잠깐 말씀을 드린 한국 정부의 옥수수 지원을 들 수 있습니다. 원래 북한은 지원량이 적어서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해교전까지 일어나 옥수수 지원은 진척이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옥수수를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하려고 한참 전인4일 부처 간의 의견 수렴을 끝내고도 한국 내의 여론이 나빠져서 의결을 미루고 있습니다. 북한산 모래 채취가 지난달 말 6개월만에 재개됐지만 교전 다음 날인 11일 해주 지역에서 일하던 한국 채취선이 자체 판단으로 귀환했습니다. 이밖에 북한을 방문하려던 단체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남북함께살기운동>이 계획을 연기했습니다.

앵커: 서해교전의 여파로 북한에 대한 옥수수 1만 톤 지원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 전후좌우 맥락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옥수수 1만 톤의 지원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아니고 적십자사 차원의 소규모 인도적 지원이어서 서해교전과 이를 연계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데에다가 서해교전으로 남북 관계가 나빠져 지원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입장입니다. 또 북한이 군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식량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올해 안으로 식량 지원이 있으려면 옥수수의 구입과 인도 절차와 같은 남북한 간에 마무리할 일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제의한 옥수수 1만 톤 지원은 작년의 5만 톤 지원 제의처럼 무산해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요즘 일어나는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 관계가 단기적으로는 더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간다고 전망할 수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의 방침을 잘 살펴 보면 그렇게 전망할 수만은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내년에도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할 금액 6천160억1천300만 원, 미국 돈으로 약5억3천4백4만 달러를 예산에 배정했습니다. 이 돈으로는 쌀 40만 톤과 비료 30만 톤을 지원할 수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북 사업용 예산으로 배정된 금액은 또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면 이 같은 예산은 북한을 돕는 데 쓰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예산을 책정하는 데는 북한에 더는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됩니다. 내년도에도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은 재개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북한 태도입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서 미북 양자회담을 계기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면 남북 관계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앵커: 상황이 맞으면 남북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다는 다른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올해 10월 남북 교역의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준에 비해 증가하고 북한 물품의 반입 규모는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일 한국 관세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10월에 남북 간 교역 규모는 1억7천26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준보다 5.9% 늘어났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다 남북한 관계가 얼어붙는 바람에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전년 동월과 대비한 교역액은 12개월 연속적으로 감소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9월부터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지난 7월 이후 경기 호전의 기미가 보이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남북 관계도 풀리면서 교역 규모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추세도 대청해전과 같은 군사적 긴장 관계로 다시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남북 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견해가 중요합니다. 한국 정부의 견해를 잘 알 수 있는 사례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금강산 관광의 재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11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에 응하면 금강산 관광은 바로 재개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통일부의 천해성 대변인은 23일 이종혁 부위원장의 제의를 남북한 간의 회담 통로가 얼마든지 열려 있는 상황에서 공식 제의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천 대변인은18일 남북한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11주년을 맞아 금강산에서 작년에 일어난 남한 관광객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 안전의 보장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를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의 이런 대응에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강경책과 더불어 유화책을 펼칩니다. 북한 매체는 요즘 남북 관계의 개선을 자주 말합니다. 로동신문은 17일 “앞으로 우리는 북남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청해전이 북한의 강경책으로 7일 전인 10일 일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런 논평은 뜻밖입니다.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의 이종혁 부위원장은 18일 금강산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위한 당국자 회담을 열고 싶다는 의사를 한국 정부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두 사례는 북한이 대북 제재 이후 절실히 필요해진 외화를 금강산/개성 관광을 통해 벌어 보려고 단기적으론 남북 관계를 손상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대청해전과 그 이후의 남북 관계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