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seoul@rfa.org
25일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제91대 총리로 선출됐습니다. 후쿠다 내각은 26일 일왕의 인증식을 마친 다음 정식 발족할 예정입니다. 도쿄의 채명석 기자를 연결해서 후쿠다 신내각의 면면과 대북 정책의 향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25일 발표된 후쿠다 신 내각의 면면들을 우선 소개해 주시죠.
지난 12일 아베 총리가 돌연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약 2주일만에 후쿠다 신 내각이 정식 발족하게 되는데요. 후쿠다 총리가 조각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국회에서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베 내각의 17명의 각료 중 13명이 그대로 유임됐습니다.
마치무라 관방장관: 내각 총리대신 후쿠다 야스오, 총무대신 마스다 히로야 유임, 법무 대신 하토야마 쿠니오 유임, 재무 대신 누카가 후쿠시로 유임
새로 임명된 각료 4명도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이 관방장관으로 이동하고, 고무라 마사히코 방위상이 외상으로 이동함에 따라, 새로 입각한 각료는 이시바 시게루 방위상과 도카이키 사부로 문부과학상 두 명에 불과합니다.
납치문제 담당 총리 보좌관인 나카야마 교코 참의원 의원도 그대로 유임됐는데요. 그의 남편인 나카야마 나리아키 전 문부과학상이 총재선거에서 후쿠다 진영의 선거대책본부 국장을 지낸 데다, 납치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 아직 그려지지 않아 나카야마 보좌관을 그대로 유임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후쿠다 신 내각의 면면으로 보아 앞으로 대북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 같습니까.
대북 정책을 총리 관저가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외무성이 주도할 것인가에 따라 그 방향과 속도가 약간 달라 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마치무라 파의 영수이기도 한 마치무라 관방장관은 한 달 전 외상으로 기용됐다가 다시 이번에 관방장관으로 기용됐는데요. 후쿠다 총리는 자신이 속해 있는 파벌 영수를 내각을 통괄하는 관방장관으로 기용하여 내각을 통제해 갈 생각입니다.
따라서 대북 정책 특히 납치문제에 관해서는 후쿠다 총리-마치무라 관방장관-나카야마 보좌관 라인이 주도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방위상에서 외상으로 이동한 고무라 외상은 98년 오부치 내각의 외상으로 있을 때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한 톨의 쌀도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공개 천명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당시 자민당의 가토 고이치 간사장,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등이 현직 외상인 자신을 무시하고 대북 의원 외교를 독자적으로 펼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심에서 그랬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후쿠다 씨는 고이즈미 내각의 관방장관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납치 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하여 ‘그림자 외상’으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후쿠다 총리가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내각 관방장관과 총리 관저에 부여할 것인가, 외상과 외무성에 부여할 것인가에 따라 압력 노선에서 대화 노선으로의 전환 여부와 그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후쿠다 총리가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관저도 아니고 외무성도 아닌 정치권에 넘길 가능성은 없는지요.
후쿠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8개 파벌 영수 중 이부키 파, 고가파, 니카이 파, 다니가키 파 등 4개 파벌 영수는 모두 자민당 간부로 등용했고, 마치무라 파, 고무라 파 등 2개 파벌 영수는 내각의 관방장관과 외상으로 기용했는데요.
쓰시마 파의 쓰시마 회장과 야마사키 파의 야마사키 회장 두 사람만 자민당 간부 인사나 조각에서 제외됐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야마사키 파의 야마사키 다쿠 회장인데요. 그는 2004년4월 다롄에서 정태화 북일 국교정상화담당대사와 회담을 갖고 5월의 고이즈미 2차 방북을 성사시켰고, 올해 1월에는 북한을 단독 방문하고 송일호 대사등과 회담하고 돌아 온 바 있습니다.
야마사키 씨는 지금도 북한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후쿠다 총리가 그를 대북 특사로 활용하기 위해 자민당 간부 인사나 조각에서 제외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유세 때 “자신의 손으로 반드시 납치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총리 관저나 외무성 라인만으로는 납치문제가 풀릴 전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야마사키 씨가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