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항 테러사건’ 피해자, 북한에 소장 송달

앵커: 북한 정권을 상대로 4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피해자 등이 북한에 소장을 송달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연방법원 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 사무처는 12일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현 벤구리온 국제공항) 테러 사건 피해자 등이 제기한 소장을 북한 정부 측에 송달했습니다.

로드 공항 테러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 131명은 지난 5월 이 사건에 가담했던 북한 정권을 상대로 50년 만에 4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로드 공항 테러 사건은 지난 1972년 5월30일 일본의 극좌 테러단체인 적군파가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을 지원한다며 로드 공항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한 사건으로, 당시 민간인 26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소장 송달은 테러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변호인이 지난 8일 법원 사무처에 소장 송달을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소장이 송달될 주소지는 북한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기재됐으며, 리선권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장의 이름이 수신인으로 명시됐습니다.

북한 외무상은 최근 리선권에서 최선희로 교체됐지만, 변호인 측이 이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법원 사무처는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소장과 더불어 이번 소송의 ‘소환장’과 소장의 한글 번역본 등의 사본 각 1부를 국제우편물 서비스 업체인 ‘페덱스(FedEx)’로 송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로드 공항 테러 피해자들의 소장을 제대로 받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페덱스’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등 27개 나라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실제로 우편물이 평양에 배송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북한에 장기 억류 피해를 입었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도 지난 2020년 북한을 상대로 최초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페덱스’를 이용해 북한에 소장을 보냈지만, 이 우편물은 한국 인천에 약 3주간 머물다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온 바 있습니다.

한편 미국 연방법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120일 이내에 피고 측에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소장 전달에 실패할 경우 소송을 다시 제기해야 합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