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대한 북 주민 기대감이 절망과 배신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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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날이 갈수록 절망과 배신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1일 “최근 당국이 김정은 집권 10년간의 성과를 텔레비죤 등 관영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랭하다”면서 “그래도 집권 초기에는 인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며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최고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은 절망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의 경우에는 생계문제해결이 우선 급하기 때문에 집권 초기 인민을 허리띠 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김정은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면서 “경제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코로나 감염병 사태까지 겹치면서 인민들은 최고지도자의 약속이나 당국이 강조하는 정치적 선전에 대해 거부감이 있지만 가급적 언급을 삼가면서 오직 생계유지에만 몰두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도 인민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다 최고지도자가 인민생활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핵과 미사일 등 국방분야에만 돈을 쏟아 붓는 것을 보면서 선대 수령들(김일성·김정일)이나 다른 게 무엇이냐며 실망감을 내비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래도 김정은이 인민생활개선을 위해 군용 비행장까지 없애면서 함경북도 증평과 함경남도 연포에 남새온실농장을 건설해 주민들에게 남새공급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소식통은 “대규모 남새농장에서 나오는 남새는 간부들이나 잘사는 사람(돈주)들이나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일반주민들은 거기에서 나오는 남새(채소)나 과일을 구경도 못하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나는 10년전 부터 차판장사(기차, 버스 등을 이용해 물건을 팔러다니는 장사꾼)를 다니면서 수 많은 주민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4~5년전 까지만 해도 김정은에 대해 은근히 기대감을 내비치는 주민도 있었으나 요즘에는 김정은의 치적선전 얘기가 나오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말을 돌려가며 비판하는 주민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차판 장사는 일반 달리기 장사(보따리 장사) 보다 수입이 많은 장사꾼으로 안전부, 보위부 등에 상시적으로 뇌물을 주고 통행증을 발급받아 상대적으로 각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김정은 집권초기에는 인민을 위한 정치를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던 주민들이 많았지만 날이 갈수록 지도자와 국가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대신 절망과 원망이 커지고 있다”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지난 90년대 시기처럼 국가를 무조건 믿고 따르다가는 고난의 행군 때처럼 굶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생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의 최대의 치적으로 선전하는 핵, 미사일 등 국방분야 발전과 평양시 초고층 살림집 건설, 양덕 온천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유원지 건설사업은 일반 주민들의 생계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사업이다”라면서 “인민생활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국가건설에만 몰두하는 김정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연말을 맞으며 당국이 최고지도자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우상화를 강조하는 것을 두고 김정은이 할아버지, 아버지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선전에 전혀 동감하지 않는다”면서 “국가에서 인민들에게 뭘 해주지 못할 망정 제발 주민들이 편하게 다니면서 장사라도 마음대로 하게 해주면 좋겠다며 당국의 지나친 통제를 성토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