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국제인권회의 연설…“공개처형 본 뒤 떠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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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국제사회에서 북한 여성의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탈북민 출신 작가 한송미 씨가 국제 인권회의 연단에 올라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송미 씨:북한은 아이를 기르기에 지구 상에서 최악인 곳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어머니들은 용감하며 자녀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North Korea might be the worst place on earth to raise a child but North Korean mothers are brave and they will do anything to save their children.)

탈북민 출신 작가 한송미 씨는 현지시간으로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자신을 북한에서 구출한 어머니가 인생의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씨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에 대해 증언하며 지난 2011년 5월 한국에서 어머니와 6년 만에 재회했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회고했습니다.

한 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헛간 등을 전전하며 살아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중 12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어디론가 떠났고 이후 할아버지와 외삼촌이 굶주려 사망하는 등 북한에서의 삶은 비참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특히 15살 당시 한 여성이 공개처형 당하는 현장을 강제 참관했던 기억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송미 씨: 그들은 그 여성의 남편과 4살 된 딸을 포함해 우리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묶어 총 세 발을 쏘아 죽이는 것을 지켜보도록 강요했습니다. 저는 그 총소리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They forced everyone in our area, including the woman's husband and four-year-old daughter, to watch as they tied her up and shot her three times. I will never forget hearing the gunshot and watching her tumble forward. I was so scared.)

또 어머니는 세 번에 걸쳐 브로커를 보내며 탈북을 도우려 했지만 한 씨는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장기를 적출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따라나서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17살이 되던 해 북한에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한 씨는 탈북을 결심했고 브로커를 통해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지난 2011년 5월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한 씨는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중국인 남성에게 스스로 팔려간 후 딸의 탈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으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길 바란다며 어머니들이 끔찍한 북한 체제에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인권재단’(HRF)과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워치’ 등 25개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앞서 제네바 정상회의에는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박지현 씨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원 출신 이영국 씨, 북한 해외 노동자 출신 임일 씨, 북한 정치범 수용소 경비대원 출신 안명철 씨 등이 연사로 참석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