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북 강제실종문제 대이어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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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강제실종 피해자들은 청년 세대들이 대를 이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북한을 압박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 인권 시민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한반도청년미래포럼, 이화여대 북한학과, 이화통일교육선도사업단과 23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공동 개최한 ‘북한강제실종 국제청년포럼’.

이날 포럼에는 이성의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 북한정치범 18호 수용소 생존자인 김혜숙 씨가 참석했고 1977년 납북된 이민교 학생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동영상을 통해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먼저 이성의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6.25 전쟁 민간인 납북은 북한의 계획된 범죄이며 1급 전쟁범죄, 반인권범죄”라며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이를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대를 이어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며 청년들의 공조가 있어야 북한으로 하여금 전범국가라는 법적 책임을 갖도록 계속해서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성의 6.25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제가 6.25 마지막 세대입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젊은 청년 세대들에게 정말 꼭 드리고 싶은 당부가 있습니다.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담론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입니다. 청년들의 국제적인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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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납북된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동영상에서 “내가 많이 배워서 (대통령, 관계부처 공무원 등 관련된 일을) 했으면 (납북자 문제에 대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RFA PHOTO

6.25 전쟁 중 북한으로 납치된 전시 납북자는 약 10만 명으로 추정되며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전후 납북자는 총 3835명, 2022년 12월 말 기준 미귀환 억류 전후 납북자는 516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 다른 발표자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는 “법치주의 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비록 정부가 잘못한다고 하더라도 법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금까지 가열차게 활동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장 두려운 것은 이 문제가 잊혀지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우리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황인철 1969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여러분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이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 한다는 의사만 저희들에게 전달한다 하더라도 굉장히 큰 힘이 될 수가 있는데 여러분들이 잊어버린다면 우리들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잊지 말고 기억해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1969년 12월 대한항공 여객기를 공중납치했고 1970년 2월 납치한 한국 국민 50명 중 39명만 송환시켰습니다.

황 대표의 아버지 황원 씨를 비롯한 11명의 한국 국민은 여전히 북한에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정치범 18호 수용소 생존자 김혜숙 씨는 “젊은 세대들이 계속 이 문제를 놓고 싸우면서 북한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는 못 견디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1977년 납북된 이민교 씨의 어머니 김태옥 씨도 동영상을 통해 “북한에 끝까지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혜숙 씨는 할아버지가 월남했다는 이유로 1975년 13세 나이에 북한 정치범 수용소인 18호 관리소(북창 18호 관리소)에서 들어가 28년 동안 수감돼 있다가 2002년 탈출한 바 있습니다.

이민교 씨는 18세였던 1977년 고등학교 수학여행 도중 전남 홍도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되었으며 어머니 김태옥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번 보게 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석우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북한이 극적인 변화를 보이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절대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이 북한의 반인도범죄, 공포통치를 막는 길이며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아시아 강제실종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14개 비정부기구(NGO) 연합체, 비자발적실종반대아시아연합(AFAD)의 회원으로 활동 중인데 비자발적실종반대아시아연합은 매년 5월 마지막 주를 ‘국제강제실종주간’(Week of the Disappeared)으로 지정해놓고 있습니다.

이날 포럼을 공동 개최한 한반도청년미래포럼의 이진우 국제팀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많은 청년들이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북한 강제실종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 이번 포럼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팀장은 “앞으로 강제실종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기성세대 이후로도 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