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력 8월 13일 ‘이산가족의 날’ 지정…추석 연휴 전날

앵커: 한국 국회가 추석 연휴 전날, 즉 음력 8월 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7일 열린 한국 국회 본회의.

회의에 참석한 한국 국회의원 180명은 추석 연휴 전날, 즉 음력 8월 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정한다는 내용의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이산가족법에는 남북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교류를 촉진하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추석 전전날을 이산가족의 날로 한다는 규정이 신설됩니다.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산가족의 날의 취지에 맞는 기념행사와 홍보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됩니다.

지난 42년간 자체적으로 이산가족의 날을 지정하고 기념해온 이산가족 민간단체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의 장만순 위원장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수년 전부터 한국 국회의원들과 이산가족의 날 법정기념일 지정을 추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적 차원의 기념행사를 통해 한국 국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하다가 범국가적인 행사를 열면 이산가족의 날을 한국 국민에게 전파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고… 한국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유엔 차원에서도 ‘한국 국민들이 국가기념일까지 만들어가지고 이런 아픔에 대해서 호소하니 우리도 같이 도와야 되겠다’는 인식이 생길 것입니다.

또 현재 이산가족 1세대 중 생존자가 많지 않은 만큼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호응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이산가족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문제라는 점에 여야당 의원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이번 법률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이번에 외교통일위원회 국회의원들을 전부 다 만났거든요. 이산가족 문제가 어떻게 정쟁의 대상이냐, 이 문제는 정치를 떠나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색을 띄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의결된 법률안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원욱 의원이 지난해 9월,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의 태영호 의원이 지난해 8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9월 각각 발의한 3개 법률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통합·조정해 마련한 대안입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바 있는 태영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산가족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매우 환영한다며 지속적인 홍보와 기념행사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한국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지난 2018년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조속히 재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13만3천676명이며 이 가운데 생존자는 약 32%인 4만2천220명입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