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북한 인권 문제 영어로 전 세계에 알려요”
2023.07.20
앵커 : 탈북민들의 사연이 영어로 전 세계 곳곳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탈북민들에게 10년 넘게 영어 교육을 지원하는 한국의 비영리 단체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의 역할이 큰데요, 이번에는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보도에 진민재 기잡니다.
[김명희 탈북민(현장음)] 저는 (북한이나 중국 등지에 있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국제기구가 돕는 데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중국이 그 기본적인 조건들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방문한 탈북민 김명희 씨가 지난 19일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민간 단체 '미국학 기금' (The Fund for American Studies)이 초청한 자리에서 한 연설 일부입니다.
김 씨가 연설한 주제는 ‘중국 내 북한 이탈 여성의 삶’입니다. 목소리는 확고하고 단호했지만, 연설 내내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이 연설 속 내용들이 김 씨에게는 탈북 후 중국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 외에도 6명의 탈북민이 지난 18일부터 워싱턴을 방문해 국무부 관계자, 연방 하원의원 등을 만나 자신이 겪었던 북한과 탈북민으로서 삶, 그리고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대화 주제는 ‘탈북 여성 인신매매’, ‘해외 북한 노동자의 삶’, ‘장애인 인권 ’,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삶’, ‘북한 여성이 낳은 아이들 교육’, ‘탈북민의 겪는 언어적 어려움’ 등 탈북민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가 주를 이룹니다.
이들의 미국 방문은 한국 통일부의 2023 북한 인권 증진 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의 민간 단체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FSI) 주선으로 성사됐습니다. FSI는 2013년부터 탈북민들에게 영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케이시 라티그, 이은구 공동대표는 탈북민 한 명 한 명이 자신이 겪은 사연을 세계 무대에서 영어로 직접 발표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방문 중에 이뤄지는 연설 역시 모두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뤄졌습니다.
한국어로 발표한 내용이 통역으로 전해지는 과정에 탈북민들의 농축된 감정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미치는 영향력 역시 대폭 줄어든다는 겁니다.
[케이시 라티그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FSI) 대표] 이들의 증언이 청취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아시나요? 한국어로 연설하는 것을 통역한 영어로 들어도 물론 뭔가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자신의 언어로 직접 들었을 때는 매우 다릅니다. 청중들이 마음으로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어는 세계 공통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로만 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직접 듣고, 느낄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도 이들이 영어 연설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케이시 대표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 탈북민들이 북한 안에서 겪은 고통, 탈북 과정에 겪은 고비, 그리고 한국에 정착해 적응하는 과정에 순간순간 봉착하는 어려움들을 치유하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케이시 라티그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FSI) 대표] 탈북민들은 늘 그들이 북한서 겪었던 트라우마, 나쁜 기억을 털어 버리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바깥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자신도 치유를 받는 거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 때문에 탈북민들이 자신의 사명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그 누구의 실천을 (행동이나 공감) 끌어낼 수 없습니다.
그동안 프리덤 스피커즈 인터내셔널을 통해 연설에 참여한 탈북민은 100여 명. 최근에는 탈북민들의 영어 교육과 연설 기회 마련 외에 이들의 사연을 담은 책을 한국어 영어 외 다국어로 출간하며 북한 실상을 알리는 데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