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경 주민들, 남한 가족들과 연계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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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국경 연선 주민들과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연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중국 손전화를 소지한'프로 돈'장사꾼, 즉 송금 브로커들이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인데요.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북중 국경 연선엔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금전적 도움을 받던 북한 주민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과 접촉하는 수단은 불법 휴대전화, 즉 국경 연선에서 한국과 통화할 수 있는 중국 휴대전화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불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 휴대전화는 중국 현지인들이 개통해 북한에 넘긴 것인데, 지난해 가을까지 북한 당국은 이러한 불법 중국 휴대전화를 강력히 통제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일“2019년 가을부터 국경 연선에서 전파탐지기를 동원한 중국 휴대전화 단속이 대대적으로 실시되었다”며“2020년 12월에는‘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나와 주민들은 중국 휴대전화를 더 깊숙이 감추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중국 휴대전화 통신사들은 6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들에 대해 자동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번호를 삭제한다”며“그런 탓에 국경 연선의‘프로 돈’장사꾼들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 휴대전화도 2020년 이후 대부분 계약이 해지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해 11월부터 불법 휴대전화 단속이 뜸해지면서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계를 가지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은 중국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코로나 사태 이전 까지만 해도‘프로(%) 돈’장사꾼들이 많아 한국과의 연계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2019년 11월부터 국경연선에 특수작전 군단인 11군단까지 동원해 국경경비를 강화했고 이 기간 국경연선에 2중 철책을 설치하는 한편, 불법휴대전화 단속도 대대적으로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국경 봉쇄가 성과를 거두고 있던 지난해 3월부터 11군단을 점진적으로 철수시키고 국가보위성 15국이 전파탐지기를 이용해 수행하던 불법휴대전화 단속도 점차 뜸해지는 등 지난해 11월부터는 사실상 불법휴대전화 단속이 거의 없어진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국경연선에 더 이상 중국 휴대전화 전파가 터지지 않아 불법 휴대전화가 거의 박멸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프로 돈’ 장사꾼은 불법적으로 소유한 중국 휴대전화를 가지고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보내는 자금을 북한 현지의 가족들에게 전달해주는 브로커, 즉 중계인들을 가리키는 북한식 표현입니다. 자금을 전달하는 대가로 일정한 프로(퍼센트 %)의 돈을 수수료로 떼어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2일“사는 게 힘들어 지면서 요즘 국경 연선엔‘프로 돈’장사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하지만‘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나오면서‘프로 돈’장사꾼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프로 돈’장사를 하던 사람들도 오랜 기간 중국 휴대전화를 감추어 두었던 탓에 자동으로 전화번호가 소멸되었다”며“이제 휴대전화를 다시 살리고 한국과 전화연계를 가지려면 중국 심카드(유심칩)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심카드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북한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중국 휴대전화의 값은 중국 인민폐 2만위안(미화 2,789달러), 중국 휴대전화 심카드의 값은 인민폐 1만위안(미화 1,394달러)의 고가로 알려졌다”며“그러나 실제 중국 휴대전화나 중국 심카드를 사려고 해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중국 휴대전화나 중국 심카드가 (북한) 국경 연선으로 들어오려면 우선 밀수가 되어야 하고, 북중 간의 개인 친척 방문이 허용돼야 한다”며“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국경이 완전 봉쇄돼 밀수가 불가능한데다 개인 친척 방문도 여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국 휴대전화를 대체할 수단이 없는 한 앞으로 국경 연선 주민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 친척들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에서‘프로 돈’장사를 하다 적발될 경우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