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크리스토퍼 힐 “북, 동결-한미훈련 연계로 동맹 약화 노려”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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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_hill_b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오른쪽)가 지난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단과 가진 북핵 등 한미간 안보 현안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맷 샐몬 전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미국이 한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도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인도 주재 계춘영 북한대사가 지난 21일 인도 현지 방송과 밝혀 주목됩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공직에서 은퇴한 뒤 덴버 대학 국제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인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데 주목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인도주재 북한 대사가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과 미사일 시험 동결을 시사했는데요?

힐: 글쎄요. 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약간 우려가 있습니다. 북한 핵 동결 문제가 너무 자주 한미합동군사훈련 동결과 연계되기 때문입니다. 즉 ‘동결 대 동결(freeze for freeze)’ 방안이죠.  우리는 북한이 동결을 통해 한미 군사유대의 동결을 추구하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주목적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아무 힘없는 ‘종이 동맹(paper alliance)’으로 전락시키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동결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핵동결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저해하는 식으로 북한에 호혜적이어선 안 됩니다.  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북침을 위한 공격용 훈련이란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기자: 북한 핵문제 해법과 관련, 현 상태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비핵화보다 동결 협상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요?

힐: 비핵화 목표를 동결로 바꾸면 결국 북한에 대한 호혜적 보상으로 귀결되는데요. 저는 그게 올바른 협상 방법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동결 협상이 타결된다면 그건 중간 조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최종 목표인 비핵화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정확히 기술돼야 하고,  이상적으론 핵동결 협상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나와야 합니다. 즉 비핵화란 전체 구도 속에서 동결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저 동결 협상이나 하고 분위기가 개선돼 기분이 좋아진 협상국들이 비핵화 같은 문제는 궁극적으로 협상에 복귀해 논의해도 된다는 식의 해법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동결이 목표가 되는 셈입니다. 동결은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그저 분위기 개선을 위한 동결은 안 됩니다. 나아가 동결 대가로 한미동맹의 동결이 초래된다면 더욱 나쁜 결정이라고  봅니다.  합동군사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건 기존의 동맹을 ‘종이 동맹’으로 전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다음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대북 접근과 관련해 압박보다는 관여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은 압박을 선호합니다. 이런 차이로 한미정상 간에 마찰은 없을까요?

힐: 한미 양국은 대북 정책추구와 관련해 늘 의견 차이를 보여왔습니다. 한국의 지리적 위치나 한국민의 감정을 고려할 때 그런 차이는 이해할 만 합니다. 서로 다른 지리적 위치와 역사를 감안할 때 미국과 한국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오히려 놀라운 일입니다. 만일 한국이 북한과 남북대화를 하고 싶다면 미국과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보고 대화를 해선 안 된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북한 핵무기에 관한 것이라면 한미 양국은 대북 접근에 있어 계속 긴밀히 공조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산가족 재회 등과 같은 남북대화 문제들과 국제안보의 틀 속에 있는 북한 핵협상은 명확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북한 핵문제에 관해 양국 정상 간에 훌륭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남북대화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 측 생각을 경청하는 게 귀중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은 남북대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 핵협상과 다른  다른 목표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미국인들이 이해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론 보지 않습니다.

기자: 미국은 북한에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지금같은 대치 상황에서 북미 대화도 힘들겠죠?

힐: 솔직히 미국이 바라는 관여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 북한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하려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북한은 과거 비핵화 약속을 했지만 검증과 관련 이견 때문에 합의를 파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대화에 나서도록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적 연결망인 트위터에서 중국의 대북 역할이 작동하지 못했다며 실망을 나타냈습니다. 중국역할의 한계론까지 꺼내든 미국의 선택 방안은 무엇일까요?

힐: 미국은 적합한 조건 아래에서 언제든 북한과 대화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적합한 조건’이란 북한이 과거 합의를 준수할 용의를 보이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대북 관여를 선택지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북한의 핵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위협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미국이 추구하는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도 그런 맥락의 일환입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미국과 동맹국들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둬야 합니다. 문제는 군사적이든 외교적이든 대북 선택지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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