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년들이 BTS를 좋아하는 이유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1.07.30
북한 청년들이 BTS를 좋아하는 이유 사진은 BBC 라디오 1 '라이브 라운지'에 출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안녕하세요.

이승재: 지난주에 이어서 한국의 가수, 방탄소년단에 대해 이야기 나눠봅니다. 해외에서는 BTS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죠. 그 인기와 영향력이 전 세계적이어서, BTS를 말하면 자동적으로세계적인 문화현상이런 말이 따라 붙곤 합니다. BTS 2013년에 결성되어서 거의 10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주에 말씀 드린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BTS를 한국의 외교 특별사절로 임명해서,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세계 청년들을 위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특별사절의 행보를 이어간다는데요. 사실 BTS가 이미 유엔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요. 선생님도 아시죠?

조현: . 잘 알고 있습니다. BTS는 벌써 두 번이나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했죠. 세계 정상이 다 모인 자리에서 한국 청년들이 말하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2018년에는자신을 사랑하라는 주제로 연설했고요.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모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는데요. 전 세계인들을 향해삶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함께 살아내자이런 주제로 연설했어요. 그때 동영상을 제가 가끔씩 인터넷 유튜브로 보는데요. 세계 사람들이 그 연설에 엄청 감동해서 눈물흘리는 동영상도 많고요. 그때 우울증을 앓거나 코로나19때문에 경제적으로 좌절했던 사람들이 BTS노래 듣고 다시 일어서게 됐다는 얘기는 인터넷에 수도 없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승재: 오늘도 저는 BTS노래 <Permission to Dance>를 들었는데요. 전 세계인과 함께 하기 위해 영어로 만든 노래죠. 가사를 보면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보일 때, 네가 뒤쳐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어떤 것도 우릴 막지 못해, 두려워하지 말고 춤을 춰봐이런 내용이거든요. 노래 한 곡, 가사 한 줄이 주는 힘이 참 크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조현: 이런 삶이 바로 세계에 영향을 주는 엘리트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연예인도 이렇게 세계적으로 우뚝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스타일이 다르지만 북한 가수들의 군무나 노래 실력도 저는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없어요. 노동당에서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통제된 예술을 하고 있습니다. 통제된 예술은 예술이라 말할 수가 없죠. 북한은 예술에 있어서도하나는 전체를 위해서, 전체는 하나를 위해서를 주장하는데요. 이 말을 살짝 바꿔서, 전체가 개인을 사랑하면 개인도 전체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BTS처럼 나라를 위해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세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처럼요.

이승재: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영향하니까 BTS의 선행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BTS구성원들은 많은 기부활동을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도 BTS의 구성원 제이홉이 장애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1 5천만원, 미화로는 14만 달러 가까이 되는 돈을 기부했고요. 지민이란 친구는 한 고등학교의 1000명 넘는 낡은 책상을 모두 바꿔주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선행을 전 세계 BTS의 팬들이 이어간다는 겁니다. 이들은 한국 사람도 아닌데요. BTS의 이름으로 지구환경보호 캠페인도 벌이고, 가난한 아동이나 고아를 돕는 기부금도 모금하고요. 이런 선한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쭉 이어지니까 이걸 보고세계적인 문화현상이다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조현: . 북한 사람들의 BTS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내가 나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는 겁니다. 북한의 청년들, 지난 기간 노동당의 교육이나 선전선동을 통해 집단이나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만 들어온 사람들이 BTS의 노래를 통해서 자신을 생각해보게 되고, 나를 위해 노력하는 삶, 그 건강한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사람들이 이렇게 살 수 있는 세상도 있구나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북한 청년들이 BTS를 좋아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승재: BTS뿐 아니라 많은 한국 가수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대중가요, K-Pop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요즘 한국에선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연습해서, 완성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른바 아이돌가수들이 많아졌는데요. 요즘 아이돌은 춤, 노래는 당연히 뛰어나고요. 직접 작사와 작곡까지도 하는 재능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새로 발표한 노래나 동영상 하나하나에도 자신들의 이야기나 세계관을 조금씩 녹여내는 특별함이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사람들이 더 빠져들게 되고요. 그것이 바로 K-Pop의 큰 특징이라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 같기도 한데요.

조현: 일단 노력을 하고 애를 써서 가수나 연예인이 되는 건 남북한이 다 비슷합니다. 북한도 예술에 소질이 있다고 판단되면 어려서부터 예술학교, 예술 소조, 이런 생활을 시키면서 가수로 키워내는데요. 능력이 있다, 잘 할 수 있다는 평가는 대중을 통해 받는 게 아니고요. 한 사람의 지도자나, 노동당의 선전선동부에 관여하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평가 받아요. 또 한국 연예인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작사, 작곡을 하면서 내 이야기를 하잖아요. 20대 밖에 안 됐지만 그들의 생각, 가치관을 너무도 잘 표현하는데 북한은 나보다는 집단, 노동당, 최고 지도자의 업적, 이런 것들만 노래하니 그것이 남북한의 엄청난 차이죠. 요즘 보니 김옥주라는 가수가 많이 뜨고 있는데 아마 오래가진 못할 겁니다. 이전에 보천보전자악단이라고 유명한 악단이 있었는데 거기 김혜영, 김강숙도 예쁘고 노래 잘했거든요. 한때 예뻐서 김정일의 눈에 들어 유명하게 된 건데, 얼마 지나서, 어떤 과오를 범했는지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요. 미움을 받고 농촌에 가서 혁명화하고 어촌에 가서 일하면서, 악단도 바로 폐쇄되었어요. 북한 가수들은 생활하는 과정에서 일부 고위급들만 대상으로 노래하고 춤추다 보니 여러 가지, 볼 거 안 볼 거 다 봤을 거고, 그런 것들에 대해 말 한마디 잘못해서 엄청난 고초를 겪은 사실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가수들은 그렇지 않아요. 누구 한 사람 만족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하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까 이걸 고민합니다.

이승재: 저도 그랬지만 특히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BTS 때문에 한글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유학 오는 외국학생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고요.

조현: . 당연하죠. 물론 BTS도 나이들면 동작도 느려지고 노래도 지금처럼은 못하게 되겠지만 이들의 노래에 감동받은 팬들은 평생 기억할 거고요. 그들의 영상도 남아있어서 아마도 BTS는 이 시대의 엘리트로 평생 기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BTS처럼 팬들과 소통하면서 건강한 음악 예술을 지향하는 것,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예술인이야 말로 세상에 유익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승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대중에게는 당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가치를 일깨우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BTS, BTS에 열광하는세계적인 현상을 보면서 이 시대가 원하는 것,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데요. BTS처럼 세상과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수나 연예인들이 남북한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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