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북 사회변화 추동 요소”
2019.04.30
앵커: 북한의 장마당이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시키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의 지위도 장마당이 생긴 후 올라갔다는 탈북자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9일 북한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여건(human conditions)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역동적이며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날 이 연구소가 북한 자유주간을 맞아 ‘여성과 북한의 시장경제 체제’(Women and Market Mechanisms in North Korea)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현재 북한에는 436개의 공식적인 시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각자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활동과 노력을 이어감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의 여건을 개선시키고 있으며, 독립적인 사고 또한 배양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석좌: 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려고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은 또 북한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는데, 이는 정부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됐던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North Korean citizens are starting to act and think on their own as they try to navigate their own livelihood in these markets. The other thing these markets provide is choices to North Korean people that did not exist before when everything was entirely determined by the government.)
차 석좌는 또 이러한 장마당이 정부 통제 밖에서 시민사회에 버금가는 형태의 사회조직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올리비아 에노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북한에서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북한의 기혼 여성들은 정부가 지정한 직장에서 근무할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장마당에 적극 참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및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와 북한의 비공식적 시장(경제) 성장 사이에는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에노스 연구원: (대북) 제재가 적용되었을때 시장 활동이 더 많아지고 심지어 시장의 숫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So, it essentially means that when the sanctions were instituted, there seemed to be greater market activities during this time and maybe even the multiplication of the number of markets that exist.)
그러면서 에노스 연구원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경제 성장을 제한하기 보다는 오히려 촉진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앤드류 여 미국 카톨릭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인센티브, 즉 장려책은 정부가 지정해주는 공식 일터보다 비공식적인 시장이 더 높다며, 이러한 비공식적인 경제가 북한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개인이 더 많은 경제활동을 할 수록 수입도 그 만큼 더 올라갈 수 있지만, 공식 일터에서는 개인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일정한 수입이 분배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북한에서 교사로 일하며 주말에는 장마당에서 디젤유를 팔았던 탈북민 이효주 씨는 북한 여성들이 장마당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여성들도 경제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알게 되는 등 시야도 넓어지고, 경제활동으로 인해 가정 수입도 늘어나면서 가정 내 지위 및 사회적 지위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북한의 장마당은 북한 당국이 1999년 자릿세를 받으며 허락하기 전까지는 주민들이 정부 단속을 피해 물건을 들고 도망다녀 이른바 ‘메뚜기장’으로도 불렸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또 다른 탈북민인 김지영 씨는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식당을 운영했다면서, 북한 주민 3백만 명이 아사한 지난 1995년 고난의 행군이 자본주의의 생각을 심어준 계기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는 또 현재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정부의 통제 속에서 자본주의를 배웠고 이런 방향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등 생각이 많이 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