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위원장, UNHCR에 중국 내 탈북민 문제 개입 요청

앵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난민기구(UNHCR)에 서한을 보내고 중국 내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최재형 의원실은 5일 송두환 한국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달 13일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습니다.

송두환 위원장은 서한에서 유엔난민기구가 중국 정부에 탈북민 본인 의사에 반한 강제송환 중단을 보장할 것을 공식 요청하는 등 탈북민 강제송환 방지를 위해 적극 개입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내외 인권단체들과 함께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방지하기 위해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유엔난민기구 등 국제인권단체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설명입니다.

송 위원장은 또 중국 정부가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국제난민협약, 고문방지협약의 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탈북민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과의 범죄인인도조약 등 양자조약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난민기구에 중국 내 탈북민 문제에 대해 국제난민협약의 적용을 넘어서서 인류보편적 가치를 옹호하고, 인권을 보호하며, 탈북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더욱 선제적인 조치(more proactive measures)를 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 관련 유엔난민기구의 침묵을 지적해왔습니다.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지난 8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주관한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송환 반대 세미나’에서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2013년 이후 탈북민 강제송환 문제 관련 공개적 논의와 언급을 멈췄다며 이는 중국이 난민수용국 지원 관련 대규모 기부를 약속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난민기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중국 정부도 난민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선 탈북민 문제 관련 인권과 인도주의적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신화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지난 8월 16일): 중국이 국제적인 난민 및 인권 문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면, 탈북민과 다른 난민들에게 인권과 인도주의적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합니다. 탈북민도 난민입니다.

앞서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강제실종실무그룹, 이민자인권특별보고관, 여성폭력특별보고관, 여성차별실무그룹 등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지난 7월 18일 중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 7월 초 기준 최소 2천 명의 북한 출신인이 중국에 임의적으로 구금됐으며 이 중 약 70%가 여성이라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3명의 북한인 구금자들이 강제송환을 두려워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는 추가 정보를 입수했으며 강제송환이 두려워 단식 투쟁 중이거나 자살을 시도한 다른 북한인 구금자들도 있다고 전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에 반해 강제북송될 경우 자의적 구금, 고문, 강제실종, 초법적 살인 등 심각한 인권 위협에 처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또 이에 대해 중국 정부의 추가 정보와 입장을 요청하면서 이들의 강제송환이 강제송환, 고문, 자의적 구금, 강제실종 금지 관련 국제법 상 중국의 의무와 어떻게 양립될 수 있는지 설명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난달 13일 답신을 보냈으나 5일 기준 이는 아직 번역 중입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한 북한 국적자는 난민이 아닌 불법 이민자이며 이들에게는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