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세대 “국가보다 개인 경제적 안정이 중요”
2024.06.08
앵커: 북한의 MZ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장마당세대’. ‘장마당’과 ‘무역활동’을 통해 자기의 생존을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성장해, 국가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데요. 예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동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한국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7일 ‘장마당세대의 특징과 동향’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장마당세대는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에서 한국의1980년대~2000년대 초반생인 MZ세대와 유사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마당세대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유·소년기에 겪으면서 당국의 배급제가 아닌 ‘장마당’ 경제활동을 통해 생존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시장경제를 체득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는 국가보다 개인의 생존을 우선시하고, 체제에 순응하며 국가에 의존했던 기성세대보다 자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최근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 경제ㆍ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인용해, 1% 내외의 극소수이지만 장마당세대가 포함된 20~40대가 중국의 은행에 차명 계좌를 개설해 여유자금을 보관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북한 내 중국 손전화 단말기와 위쳇, 알리페이 등 중국계 은행 앱을 활용해 외부 문화 유입 경로를 역이용한 겁니다.
50대 이상에서는 그러한 사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장마당세대가 여유자금을 ‘체제 통제 밖’ 중국계 은행 계좌에 보관해 경제적 안전을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2005년에 북한을 탈출한 서철용 씨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장마당이 생기고나서부터 확실히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철용 씨: 장마당이 시작하고 나서 그다음부터 사람들이 눈 뜨기 시작하고 좀 생각이 달라져서 제가 나오기 전에 2000년대 초부터 그렇게(국가보다 개인을 중시하게) 됐어요. 저희 쪽에 사람들은 국가에 대한 반항심이 너무 많으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여유자금도)자기 구들장판 그런 데다 막 이렇게 숨겨놓죠.
1998년에 북한을 탈출한 김수경 씨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일하게 인민들을 옭아맬 수 있었던 북한 당국의 배급제가 없어지면서, 국가에서 해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북한 장마당세대는 자연스레 개인주의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공감했습니다.
김수경 씨: 근데 지금은 사회주의가 유일하게 인민들을 옭아매는 배급제가 없어진 거예요. 일단 그 환경이 나라에서 해주는 건 없고 어차피 반항심이라는 게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친구들이 개인주의로 될 수밖에 없고 저희 때하고 또 다른 게 외국 문물을 많이 접하잖아요.
보고서는 또 장마당, 밀무역 등 사적 경제 영역에서 소득 창출을 하는 장마당세대는 최신 손전화를 구매하거나 한국ㆍ중국 등 외부 문화의 동영상과 음악 파일을 구매하고 공유하며 과시적인 소비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수경 씨는 과시하려는 심리는 이전 세대와 다르지 않지만 지금 장마당세대의 표현 방식이 더 자연스러워지면서 당국이 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수경 씨: 젊은 사람들이 그런(과시하는)것을 신경 쓰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다만 그 표현 방식이 달라졌다 뿐이지. 오히려 지금은 그게 더 자연스러워진거죠. 그래서 북한 당국이 놀라고 더 억제를 하려고 반동문화배격법 이런 말 같지 않은 법도 만들고 그렇지 않나…
장마당세대가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시장경제를 체득한 이들이 내부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순응보다 변화와 자립을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