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448부대’, 80년대 해상서 일본인 40여 명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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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납북 피해자 17명 외에 해상에서 납북된 일본인 피해자들이 적어도 40여 명이 추가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지난 3일 유튜브 방송인 ‘조한범 박사의 대동강TV’에 출연해 일본인 해상 납북 피해자가 적어도 40여 명이 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인 해상 납북자 존재에 대해 현재까지 북일 양국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는 없습니다.

김승철 대표는 인민군 정찰국(정찰총국 전신) 출신의 탈북민 강철민(가명) 씨와 지난 2014년 인터뷰한 육성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강철민 씨는 인민군 정찰국 동해 448군부대 소속으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일본 니가타현 근해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을 심야에 납치하는 임무에 수차례 참여했습니다. 강 씨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448군부대가 해상에서 일본인 납치 임무를 벌인 것만 40여 회로 이를 통해 40여 명을 납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씨 증언에 따르면 당시 해상 납치는 448군부대 공작선이 일본으로 이동한 뒤 전투원 10여 명이 탑승한 고속정을 근해에 접근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다른 어선들과는 멀리 떨어져 심야 조업하는 어선 만을 대상으로 납치 행각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어선에 탑승한 젊은 일본인 소수만 납치하고 나머지는 선실에 가둬 침몰시켰다는 주장입니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와 정찰총국 출신 탈북민 강철민 씨의 말입니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 :그 사람들이 순식간에 배에 올라서 제압을 하고 그 중에서 제일 젊은 사람 한 사람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살해해서 배와 함께 수장시키고 딱 한 명만 데려갔다고 합니다.

탈북민 강철민 씨 :가만히 새벽 2~3시에 물고기를 잡느라고 여념이 없을 때 은밀히 배에 붙어 뛰어 올라 갑판에서 납치하는 거죠. 몽땅 수장시켜서 (배를 찾을 수) 없는데, 바다 밑을 수색하면 40여 척이 그대로 있을 겁니다.

니시오카 쓰토무 일본인 납북자 구출회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해상 납치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도 현재는 관련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쓰토무 회장은 “10여 년 전 정찰총국 출신의 탈북민이 일본에 방문해 해상 납치 사건에 대한 증언을 한 바 있다”며 “저도 해상 납치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일본 정부는 해상보안청 옛 기록에서 연관된 어선 실종 사건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일본인 해상 납치 내용은 지난 2014년 발표된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도 수록돼 있습니다.

COI 보고서에는 “(일본인) 해상 납치는 자정부터 새벽 3시 사이에 이뤄진다”며 “북한 선박을 일본 선박과 유사하게 보이도록 위장하고 일본 근해에 홀로 떨어져 있는 배에 접근해 공격하고 가장 어리고 영리한 선원을 납치한 뒤 배는 침몰시켜 나머지 선원들을 익사시켰다”는 인민군 정찰총국 출신 간부의 증언이 인용돼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북한과 일본은 단 한 건의 해상 납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아마 관련 사건은 모두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 석좌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해상 납치 사건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북일관계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해상 납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일본 정부가 납치자 문제 해결이 중요한 안건이라 어떻게든 해법을 도출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상 납치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면 북일관계는 사실상 파국으로 갑니다. 육상 납치도 북한이 전부 인정을 안 하는 상황인데, (북일) 상황이 더 나빠지겠죠.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는 모두 17명으로 이 가운데 5명만 귀국한 상태입니다. 이외에 2021년 11월 기준으로 북한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람들은 873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관련 정보수집과 수사 및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