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비밀리에 탈북민 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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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이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인 지난 9일 저녁 탈북민들을 비밀리에 대거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중국 내 탈북민 구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복수의 시민단체에 따르면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북중 접경지역의 세관을 통해 500여 명의 탈북민들을 북송했습니다.

이번에 북송된 탈북민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체포된 인원 및 종교인들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 구출활동을 벌이고 있는 J.M 선교회에 따르면 이번 북송은 중국 도문, 훈춘, 장백, 단동, 남평 등지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북중 양국이 아시안게임 종료 직후 북송을 진행할 것으로 사전에 합의했던 사안이라는 게 J.M 선교회 측의 말입니다.

J.M 선교회 관계자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밤 7시 30분경, 어두워진 틈을 타 북중 접경지역의 여러 중국 세관을 통해 비밀리에 북송이 이뤄졌다”며 “코로나 기간 체포돼 중국 수감시설에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J.M 선교회 관계자는 “앞서 지난 8월 29일 북한 주민들의 귀국이 이뤄지면서 일반 탈북민 일부가 북송됐고 아시안게임 개최 직전인 지난달 18일에도 탈북민 북송이 이뤄진 바 있다”며 “여기에 이어 지난 9일 일시에 탈북민 500여 명을 대대적으로 북송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도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중 접경지역을 통해 탈북민들이 대거 북송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아동도 있었으며 북송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정 대표의 말입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북중 국경지역 변방대 감옥에서 북송을 불과 몇 시간 앞둔 한 탈북민이 중국 내 가족에게 자신은 북송되면 어찌될 지 모르는 상황이니 남은 자녀를 잘 부탁한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통화한 내용을 저희 소식통을 통해 전해왔습니다.

정 대표는 “북한은 코로나로 인해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을 거부했으나 북중이 모두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서 중국 당국이 북한에 탈북민 수용을 촉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시민단체인 원코리아네트워크(OKN)도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정부가 지난 9일 도문과 훈춘, 단동, 남평, 산장 등을 통해 탈북민들을 비밀리에 강제북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북송의 경우 철저한 보안 속에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의 당 창건일인 지난 10일 이전, 그리고 중국의 국경절 연휴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북송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중국 연길의 한 소식통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구금시설 근무자를 인용해 “구금시설 근무자들은 구금돼 있던 탈북민 이동과 관련한 아무런 정보를 공유 받은 것이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9일 새벽 갑자기 탈북민들이 차에 실려 어디론가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중국 거주 소식통은 “북송 인원들을 밤에 연길 등과 같은 특정 장소에 집결시킨 뒤 인적이 드물어지는 시점을 골라 공안이 철통 경계를 하며 북송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11일 중국이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탈북민을 북송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할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해외체류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