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 “대북전단, 북 인권문제 관심 환기 역할”
2023.04.28
앵커: 한국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문재인 전 한국 정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법원은 27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 허가 취소가 적합하다고 인정한 하급심들의 판결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북전단 살포가 민법 38조에서 규정한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던 지난 1심ㆍ2심의 판결을 뒤집힌 것입니다.
주심인 천대엽 대법관은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천 대법관은 또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야기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근본적인 책임을 대북전단 살포에 묻기 어렵고 설립 취소가 적절한 제재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2020년 7월 문재인 전 정부 당시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진행해 온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인 등록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탈북민 출신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2심까지 패소 판결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박상학 대표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2심까지 패소 판결이 이어지며 한국의 법정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법정이 맞는지 의심마저 들었지만 드디어 법 체계에 맞는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3년 간의 체증이 해소됐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란 흔들리면서도 결국에는 바로 나아간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우리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목숨 걸고 북한의 독재로부터 탈출해 자유 대한민국으로 온 사람들입니다. 어제 대법원 판결을 듣고 그래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흔들리면서도 결국에는 바로 가는구나 느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측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헌법상 가치를 구현했다”며 판결 취지에 따라 통일부가 이전 정부의 법인 등록 취소 처분을 직권 취소하고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지위를 즉각 회복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헌 변호사(자유북한운동연합 측 법률대리인): 국내 그리고 국제사회의 비판적인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보고요. 통일부 쪽에서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한 것을 직권 취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납북 피해자 최 씨의 가족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른바 경문협을 상대로 배상금을 대신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2022년 8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습니다.
서울고법 민사항소4부(이광만 부장판사)는 27일 “경문협이 북한의 채권을 보유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해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는 1950년 경남 합천에서 북한군에 의해 납북됐으며 최 씨의 아들은 2021년 3월 북한과 김정은 총비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북한의 출판물ㆍ방송물 등 저작권을 위임받아 법원에 저작권료를 공탁하고 있는 경문협에 추심 명령을 내렸지만 경문협은 이를 거부했고 이에 최 씨는 경문협을 상대로 추심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경문협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이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비영리법인 경문협은 2005년 북한으로부터 저작권을 위임 받았고 한국의 방송사 등으로부터 징수한 저작권료를 북한에 송금해오다가 2008년 대북제재로 인해 송금이 어려워진 이후에는 법원에 저작권료를 공탁해왔습니다.
납북 피해자 최 씨 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구충서 변호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내려졌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끝까지 다투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