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지켜보며 대북전단금지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인권운동가들은 헌재가 조속히 대북전단금지법 심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태훈 명예회장은 13일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헌법재판소 심리 내용을 봐가며 대북전단금지법(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심사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2020년 12월)한지 3년이 되어간다”고 환기했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대북전단금지법이 부당하다고 밝힌 만큼 헌재도 서둘러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변과 큰샘, 물망초 등 북한인권단체 27곳은 2020년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은 과잉 입법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한변 등은 헌재가 심사에 속도를 내지 않자 2021년 3월과 4월, 2023년 1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결정촉구의견서를 헌재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은 지난 4월 27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 허가 취소가 적합하다고 인정한 하급심들(1심ㆍ2심)의 판결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결하며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명예회장:대법원마저도 사실상 대북전단금지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결한 거에요. 자신들이 할 것을 먼저 대법원에서 했는데 정말 부끄러움을 알고 빨리 (심사)해야 합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도 이날 “권영세 장관이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지난해 11월인데 6개월이 지나도록 헌재는 아직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권 장관은 지난해 11월 대북전단금지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헌재에서 위헌 여부에 대해 빨리 결정해야 현재 재판 중인 상황,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논란 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법률대리인 이헌 변호사:헌재에서 빨리 결정을 해줘야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상황과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비판적인 목소리 등이 해소가 되는 것이죠.
이 변호사는 또 “권 장관이 대북전단금지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서를 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위헌으로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앞서 12일 권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개정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헌법재판소 심리 내용을 봐가면서 개정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12일):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에 있기 때문에, 거기에 더해서 지금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의 심리 내용을 봐가면서 그 내용을 개정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 법안 발의를 기다릴 것인지 정부 입법을 준비할 것인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통일부는 현재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하더라도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며 발의 방법과 시기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 장관은 지난 3월 9일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한국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 총선에서 (대북전단금지법) 법조항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내년 4월 실시될 예정이며 통일부 혹은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을 낸다고 하더라도 내년 5월 21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됩니다.
통일부는 지난 5월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1월 북한 어민 2명이 강제북송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북한이탈주민법(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21대 국회 임기 종료까지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