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 이중기준 비난에 “대화로 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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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한국을 향해 이중기준을 갖고 있다고 비난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와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조선노동당 창건 76주년 행사에서 한국을 향해 이중기준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기자들과 비대면으로 접촉해 “남북 관계는 어느 일방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요구·관철하는 방식으로 풀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련된 여러 남북 합의를 기준으로 입장차를 해소하며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조선노동당 창건 76주년이 정주년이 아니었는데도 이례적으로 기념강연, 국방발전전람회 등 여러 형태로 기념하고 다양한 대내외 입장을 표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주년은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의미합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김정은 총비서의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 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지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의 주요 내용과 방향성을 재확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의 이중적 태도가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당국자는 “개별적인 표현 하나하나를 놓고 의도를 분석하기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보는 게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의도나 입장을 예단하지 않고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지켜 보면서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한미 정보당국은 국방발전전람회를 통해 공개된 장비 등을 분석 중에 있으며 지속적으로 면밀히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은 당 창건일을 기념해 지난 10일 기념강연회, 11일 국방발전전람회를 열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최근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후원으로 자기 군대의 전투력을 갱신해보려 하고 있다”며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미국을 향해서는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비서는 그러면서도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한국이나 미국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한국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다시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0일 기념강연회에서는 별도의 대외 메시지 없이 의식주 등 민생고 해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북한은 유엔에서 한미동맹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현지시간으로 11일 유엔 제1위원회에서 “북한의 자위적인 억제력 강화만 도발로 비판하고 한미 동맹의 군사 활동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이는 한반도의 파괴적 불균형으로 이어진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서훈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현지시간으로 11일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했습니다.

서 실장은 현지시간으로 12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갖고 남북ㆍ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서 실장은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종전선언, 대북제재완화 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미국과 깊이 있게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달리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우며 종전선언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서 실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알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서 실장의 미국 방문은 지난 4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 이후 6개월 여만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