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 북 자의적구금·납치·강제실종 DB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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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과 스위스의 9개 인권단체가 북한 정권에 의한 자의적 구금과 납치, 강제실종 사건 기록을 보관하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즉 통합자료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과 스위스의 9개 인권단체는 28일 국제적 차원에서 북한 정권이 벌인 반인도범죄와 전쟁범죄의 규모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즉 통합자료체계인 '풋프린츠'(FOOTPRINTS) 를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풋프린츠는 북한 내에서 벌어졌거나 북한이 저지른 자의적 구금과 납치, 강제실종 사건 기록을 모아 구축한 통합자료체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북한 당국에 의한 구금, 납치, 강제실종 피해자 2만여 명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돼 있으며, 현재 데이터 입력 대기 중인 피해자는 7만여 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구축된 풋프린츠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정보와 사진, 증언이 나와 있으며 특히 피해자의 경우, 마지막으로 어디서 목격됐는지, 어디서 체포 혹은 납치, 실종됐는지를 표시한 지도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피해자와 가해자, 구제절차 정보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1969년 KAL기 납치 사건 경우, 피해자인 황원 피디의 카드로 가게 되면 가해자라 할 수 있는 납치범 조창희 관련 링크가 걸려있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에서 진행 중인 구제절차가 있었으면 해당 내용이 링크되어 있습니다. 서로 교차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구조입니다.

풋프린츠에는 피해가족과 지원단체들이 유엔 자의적구금실무그룹(WGAD)과 강제적ㆍ비자실적실무그룹(WGEID),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제출한 진정서와 함께 북한 당국이 혐의를 부인하는 답변기록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 피해가족과 지원단체들이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한국 정보기관과 경찰 등의 수사기록과 비밀해제자료, 행정기관 문서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70년 넘게 해결을 기다리다 고령으로 사망하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사건 기록을 영구 보존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배상, 추모 등에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맡은 한국 내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번 작업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북한 당국을 적극적으로 압박해 인권 문제 해결에 나서게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북한 인권 문제의 특징이 북한에서의 행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북한이 워낙 폐쇄적이기 때문에 그런 정보가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우리가 북한에 가서 북한에서의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심각성에 비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강합니다.

북한 정권에 의한 자의적 구금, 납치, 강제실종 등 관련 자료를 모으는 작업에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북한정의연대,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물망초, 노체인, 6·25국군포로가족회 등이 참여했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인권피해 사례의 기록, 분석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스위스의 민간단체인 휴리독스(HURIDOCS)도 함께했습니다.

피해가족단체 가운데 하나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미일 이사장은 “납북인사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기록을 정리하는 일은 수십 년간 끝없는 일이었다”며 “소중한 기록이 온라인상에 체계적으로 보존되니 감개무량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소희 북한인권시민연합 선임간사도 “북한인권단체마다 탈북민과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여러 단체들의 그간 조사기록 노력이 한 곳에 모여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지난 2017년부터 미국 국무부의 후원으로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북한인권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착수했으며, 올해부터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이를 유지하고 기록물과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