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탈북 국군포로, 김정은 상대 손해배상 승소

서울-서재덕 seoj@rfa.org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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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국군포로 한모씨와 소송대리인인 물망초 관계자 등이 7일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직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탈북 국군포로 한모씨와 소송대리인인 물망초 관계자 등이 7일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직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RFA PHOTO/서재덕

앵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돼 강제노역한 탈북 국군포로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일 탈북 국군포로 출신 한모씨와 노모씨가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즉 소송을 당한 쪽인 북한과 김 위원장이 공동으로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천1백만원, 미화로 1만7천여 달러를 지급하라며 이는 원고 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씨와 노씨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북한군의 포로가 돼 정전이 된 후에도 송환되지 못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지난 2016년 10월 제기한 소송입니다. 노씨는 지난 2000년, 한씨는 2001년 각각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한씨와 노씨는 재판에서 피고 측이 자신들의 송환을 거부하고 강제노역을 포함해 약 50년 동안 강제 억류한 것은 제네바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제네바 협약이란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 보호를 위해 체결된 국제협약입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에 의한 강제노역은 노예제를 금지한 국제관습법과 강제노동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제29호, 신체적 자유를 보장한 헌법 등 한국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탈북하기 전까지 5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북한의 불법행위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피고 측이 위자료 6억원, 미화로 50만1천여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상속분을 고려해 전체 6억원 가운데 일부인 2천1백만원을 청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북한과 김 위원장에게 상속분에 해당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탈북 국군포로 한모씨와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변호인단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탈북 국군포로 한모씨와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변호인단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FA PHOTO/서재덕

재판이 끝난 후 한씨는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소송을 도운 물망초 관계자들 덕분이라며 감사함을 전하면서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한모씨: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 물망초를 제외하고는 사회에서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게 참 섭섭하더라고요.

이번 소송을 주도한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는 이번 판결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한국 내 최초의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북한을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사법 관할권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김정은이 피고가 될 수 있는가 등 한 단계 한 단계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법리와 관련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저희가 처음 가는 거였고, 사법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물망초 이사인 김현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손해배상과 관련해 현재 한국 법원에 공탁돼 있는 북한관영매체 저작권료를 추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다른 국군포로분들도 같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현 변호사: 오늘 승소와 관련해 북한 자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한국 법원에 조선중앙티비 저작권료 20억여 원이 공탁되어있기 때문에 그 돈에 대해 강제집행하기 위해서 변호인단은 노력하겠습니다.

물망초 측은 향후 지속적으로 북한과 김정은 재산을 추적해 북한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손해배상이 조금이라도 이뤄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재판은 공시송달 절차를 밟아 열렸습니다. 공시송달이란 피고가 소송서류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2주 동안 사건 관련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한 뒤 재판 절차에 돌입하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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