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약 50년간 북한에 불법 억류된 뒤 탈북한 국군포로 5명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 국군포로 5명을 대리해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후 50여 년 동안 북한에 불법 억류되어 강제노동을 했던 국군포로 5명이 탈북해 한국으로 와서 제기한 소송입니다. 이번 소송은 지난 7월 다른 탈북 국군포로 2명이 승소한 데 이어 두 번째 제기된 겁니다.
정수환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위원장 : 지난번에 저희가 승소했지만 이번에도 반드시 승소해서 그동안 북한이 강제로 억류하고 온갖 차별과 학대 등 인권을 무시하는 그런 악행들에 대해서 반드시 대한민국 법정에서 책임을 묻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번에 소송을 낸 유 모 씨 등 4명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하다 탈북했으며 또 다른 국군포로인 김 모 씨는 한국전쟁 당시 포로가 돼 감옥살이를 하다 탈북한 인물입니다.
탈북 국군포로 유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을 포함한 국군포로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학대와 탄압을 받았음에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 해왔다며 이번 소송을 지원해준 물망초에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유 씨는 이어 앞서 지난 7월 승소 판결을 언급하며 한국 법정이 국군포로의 아픔을 인정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의의는 대단히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씨 : 다만 귀환용사들이 80명들이 왔는데 많은 분이 돌아가시고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22명밖에 안 됩니다. 조금 더 일찍 이런 것이 있었다면 살아있던 분들도 많이 알았겠는데 조금 허전한 마음은 있지만 그나마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고, 즉 소송을 제기한 5명의 탈북 국군포로들은 소장에서 한국 헌법상 불법행위와 강제노동폐지를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정전협정 상의 포로송환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각각 2천1백만원, 미화로 1만7천여 달러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이는 지난 7월 다른 국군포로 한 모 씨와 노 모 씨에 대해 한국 법원이 인정한 배상 금액과 같습니다.
물망초 측은 지난 소송 때 재판부가 인정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소장을 작성했다며 원고들이 평균 90세를 넘는 고령인 만큼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재판 결과가 나와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국 법원은 지난 7월 탈북 국군포로 출신 한 씨와 노 씨가 북한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북한과 김 위원장이 공동으로 각각 2천1백만원, 미화로 1만7천여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망초 측은 승소 판결이 확정된 한 씨와 노 씨에 대한 위자료 추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즉 경문협이 한국 법원에 공탁한 북한 관영매체 저작권료에서 위자료를 받아내려 하고 있지만 경문협이 지난달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서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측이 북한에 보낼 한국의 저작권 사용료가 약 20억원 있는데 경문협 쪽에서 돈을 내줄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이달 말쯤 경문협에게 돈을 내라는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그동안 북한에서 강제실종된 사례를 상기시키며 북한 당국에 정보제공을 촉구했습니다.
사무소는 지난달 30일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유엔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이 북한에 316개의 사례를 전달하고 이들의 생사와 위치정보 제공을 요청해왔다며 북한이 모든 실종자의 생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