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사무소 “남북, 국제인권법에 따라 수사 착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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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의 유가족이 유엔에 조사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남북 당국이 국제인권법에 따라 공정하고 실질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서해 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국민의 형인 이래진 씨는 6일 유엔에 동생의 사망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이래진 씨 : 북한의 잔혹한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유엔에 요청서 보내게 되면 진상규명 통한 국제사회 공조와 함께 동생의 안타까운 희생이 새로운 평화의 길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요청서를 제출하러 왔습니다.

이 씨는 이날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하태경 의원과 태영호 의원과 함께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조사요청서를 제출하고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씨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앞으로 보내는 조사요청서에서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만행을 널리 알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밑거름”을 삼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 인권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인권과 자유를 수호하는 국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남북 당국이 국제인권법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실질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한국과 협조해 사망자의 유해와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반환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행한 하태경 의원은 북한 당국이 접경 지역 뿐만 아니라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 방역 규정을 위반하면 군법에 따라서 처리, 즉 즉결 처형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이러한 의혹도 유엔이 함께 조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 : 북한 내에서도 방역을 이유로 사람들이 처형되었다, 총살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차원에서 함께 조사해야합니다. 이번 공무원 사살도 그런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고 정부에서도 확인해줬기 때문에…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유엔에 북한도 가입돼있는 만큼 유엔을 통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조사할 수 있는 수단과 권한이 유엔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살 행위를 인정함으로써 유엔 조사의 요건이 갖춰졌다고 말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 : 북측이 북한군이 (한국 국민을) 사살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문서로서 우리에게 통지해왔고 유엔이 이번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한국 내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즉 한변도 이번 피살 사건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변은 이날 국회 앞에서 진행한 화요집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북한의 이번 만행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범죄”로서 국제형사재판소의 규정 상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북한 인권을 외면한 채 북한인권법을 사문화시킨 문재인 정부의 행태가 한국 국민의 총살로 귀결됐다고 비판했습니다.

피살된 한국 국민의 아들은 이날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아버지의 사망 경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시신의 조속한 수습을 호소했습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편지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밝히며 “해양경찰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말했습니다.

앞서 해경은 지난달 29일 국방부 첩보,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통해 피살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고 이에 유족들은 반발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해경이 사건 조사와 별도로 보름 이상 시신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후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표류하던 한국 공무원을 지난달 22일 오후 최초로 발견했고 같은 날 밤 9시 반쯤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 군이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해당 사건을 북한 측의 만행으로 규정하고 사과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강하게 요구해 왔고, 북한 측은 지난달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한국 측에 보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