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8일 세계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인권 신장 등을 위해 유엔이 1970년대 공식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가운데 북한 여성들의 인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북한 여성들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강조합니다. 박 이사장은 북한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 중국 당국에 직접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기자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게 취급되고 또 성차별도 극심한 곳은 국제적으로 북한이 대표적일 텐데요. 이사장님께서는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인권 실태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박선영 : (북한 여성들의 인권은) 한 마디로 세계 최악이죠. 전반적인 인권 분야가 최악이라고 얘기하지만 성별로 구분해 보면 북한 여성들의 인권 상황은 최악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남존여비의 문화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북한 여성들이 바지를 입고 활동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장마당 초기 북한 여성이 바지를 입고 나온 것에 대해 북한 경찰이 질책하는 동영상이 과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 여성이 경찰한테 야단을 칩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치마를 입고 어떻게 뛰냐"면서 말이죠. "(북한 당국이) 치마를 우리한테 줘봤나, 치마도 주지 않고 왜 치마를 입으라고 하느냐"고 대드는 장면이 나와서 그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었죠. (과거) 북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북한에는 아직도 그런 남존여비의 문화, 구한말 시대의 사고가 만연합니다. 북한의 여성들은, 제가 이렇게 표현하기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애완묘 만도 못한 그런 처지에 처해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국가 배급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경제 분야에서 북한 여성들이 활동하는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또한 가정 경제에서의 기여도도 올라갔죠. 이런 부분들이 최근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박선영 :많이 올라갔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장마당을 통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장마당에 나가서 돈을 잘 벌면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어요. 과거에는 북한 당국이 하사품으로 좋은 집을 줬는데 말이죠. 이제는 텃밭도 살 수 있습니다.이렇게 해서 북한 여성들의 사정이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 여성들이 경제력을 가지게 되면서 북한 내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북한 남성들은 더 폭력적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가정 내 폭행, 그러니까 도메스틱 바이얼런스(domestic violence)가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것이 (가정 내) 여성, 그리고 아이들을 때리는 거잖습니까. (최근) 이로 인한 이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여성들의 경우 이혼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이혼도 못합니다. 남성 그늘 밑에 있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북한은 그런 사회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남성들의 (가정 내) 폭력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세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북한에 폭행이 만연해 있고 여성의 성과 관련된 도덕, 윤리도 완전히 허물어져버린 상태입니다. 북한 여성들이 돈을 벌기는 하지만 그 돈을 뺏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북한 남성들입니다. 제가 아는 여성 탈북민은 북한에 있을 당시 고생해서 돈을 벌어서 대궐 같은 집을 하나 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국가보위원들이 들이닥쳐서 "무슨 돈으로 이 집을 샀냐"고 추궁하며 위안화 같은 외화들을 빼앗아 갔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세 번이나 겪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공권력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또 가정 내에서도 폭력을 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이 여성은 북한에서의 삶이 짐승만도 못한 삶이라는 걸 깨닫고 탈북했죠. 이렇게 탈북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가운데 70%가 여성 아닙니까. 북한 내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됐다면 이들이 탈북을 계속 할까요?
기자 :북한 내 이혼율을 언급하셨는데요. 이혼율이 북한 내 장마당 형성이나 여성들의 활발해진 경제 활동 등과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박선영 :장마당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이것이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인 독립의 계기가 되니까 이혼율이 높아진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은 뭔가 계기가 있어야 깨우치지 않습니까.
기자 : 탈북 여성들이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겪는 인권침해 사례가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중국이나 제3국 등에 있는 탈북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박선영 :탈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예나 지금이나 여성입니다. 북한에서 남성들의 경우 군대를 12년 가량을 다녀와야 합니다. 군대에 한 번 입대하면 탈북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또한 중국에 동북 3성 지역이 있는데 굉장히 낙후된 곳입니다. 그래서 동북3성 지역의 중국 여성들의 경우 공장이 많은 서남쪽으로 내려가죠. 또 젊은 청년들도 공부한다고 중국 중부 지방으로 이동합니다. (동북3성의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든, 공부를 하기 위해서든 다 떠나니까 이 지역에 남는 것은 남자들뿐이라고 합니다. 농사를 지으려는데 노인, 어린이들밖에 안 남은 겁니다. 중국 당국의 경우 남여 성비가 깨진 상태에서 (북한 여성들의 탈북이) 동북3성 내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무마시킬 수 있어서 (북한 여성들의 탈북과 인권 유린 문제 등에) 어느 정도 눈을 감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탈북 여성들의 경우 '제3국'이라는 곳에서 착취당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인권이 유린 당하는 곳은 중국입니다. 해당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 제3국이라고 표현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국에서 탈북 여성들이 겪는 인권 침해'라고 정확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도 주의를 기울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에서부터 해당 문제를 제기할 때 제3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으로 팔려가고, 매를 맞고, 또 아이를 빼앗기는 등 탈북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선 제가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과 중국 등 제3국에서 인권 유린을 당하는 북한 여성들을 위해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 그리고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박선영 :지금 제가 말씀 드린 것처럼 탈북 여성의 인권유린과 관련해 제3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권유린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확실히 해야 문제가 처음부터 풀립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왜 존재합니까.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죠. 한국 헌법상 탈북민도 한국 국민입니다.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하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기 때문에 탈북민에게 한국으로 오려는 마음이 생긴 그 순간부터 한국 정부는 재외국민으로서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 (한국 정부는) 침묵합니까. 그동안 민간 비정부기구(NGO)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유엔에서 많은 목소리를 냈지만 NGO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있어서 그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북한 인권 상황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중국과 북한에 직접적으로 북한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라는 말씀이신거죠?
박선영 :그럼요. 모호하게 제3국에서 벌어지는 북한 인권 유린이라고 하면 제3국 국가들의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탈북민들이 (한국행 차원에서) 지나가는 곳일 뿐 제3국에선 탈북민들을 성폭행하지도 않고 착취도 하지 않거든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등을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절대 해결 할 수 없습니다.
기자 : 이사장께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로 추천되셨는데 향후 재단이 정상 출범하면 북한과 중국 등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인권 신장이나 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선영 :인권 재단은 국내외적인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또 북한 인권과 관련된 기록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또한 지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한국 국민들이 힘듭니다. 특히 이방인은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 중에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온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국제적인 과제로는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것이 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현재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 북한인권재단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탈북민들, 북한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를 일단 알려야 합니다. 전 세계가 탈북 여성들, 북한 여성들의 현실이 어떤지를 알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자 :네 알겠습니다. 박선영 이사장님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박선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