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권단체들, ‘대북전단금지법’ 헌법소원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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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29일 공포된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29일 공포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29일자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이날 ‘대북전단 금지법’을 공포함에 따라 3개월이 경과하는 오는 3월말부터 해당 법률이 공식적으로 시행됩니다.

이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전환기정의워킹그룹, 탈북자동지회, 북한인권증진센터, 6.25국군포로가족회 등 한국 내 27개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이 이날 오전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습니다.

단체들은 이날 헌법소원에 앞서 1시간 가량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법률이 한국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해당 법률이 북한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단체들은 한국 통일부가 해당 법률에 대한 ‘해석지침’을 별도로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해석지침’이 필요할 정도로 해당 법률의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꼬집은 겁니다.

김태훈 한변 회장은 “한국 정부가 해당 법률을 공포함으로써 ‘국가는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10조 상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헌법소원 심의는 상당기간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법률의 효력을 정지하기 위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이날 별도로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전자접수 방식으로 제기했습니다.

박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는 “청구인인 박상학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 활동은 헌법상 권리로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해당 법률은 이 같은 청구인의 자유권와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 자유권에 관한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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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29일 오전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헌법 재판소로 들어가고 있다./RFA

이날 헌법소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탈북민 단체들은 법률이 시행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 등을 보내지 못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해당 법률에 대해 “북한 주민들로부터 삶의 희망과 자유의 빛을 빼앗는 악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금전, 물품 등을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법률에 포함됐습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희망과 빛을 빼앗으려는 악랄한 법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도 해당 법률로 인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피와 땀을 흘려 번 돈으로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돕지 못하도록 탈북민들의 손발을 묶은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북한에 인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표는 정부와 경찰의 통제로 인해 이미 3년 전부터 대북전단을 날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북전단 금지법’이 과잉입법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대북전단은 고립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대북전단 금지법’은 국민을 위협하는 가해자인 북한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넣어주는 등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려는 한국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북전단 금지법’을 강하게 비판하며 한국의 영화, 드라마 등이 북한으로 유입돼야 남북의 동질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북한 주민들이 한국 영화, 드라마를 봐야 한국에 대한 적대감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동질성이 회복돼야 지속 가능한 평화가 가능합니다. 또한 남북이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

또한 태 의원은 ‘대북전단 금지법’의 문제점 3가지를 지적한 영문 서신을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 미국·일본 등 한국 주재 주요 외국 대사관과 휴먼라이츠워치(HRW), 디펜스포럼, 북한인권위원회(HRNK) 등 미국의 인권단체들에 발송했습니다.

태 의원은 “‘대북전단 금지법’은 북한 주민들의 고립을 가중시키고 한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해당 법률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전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포된 ‘대북전단 금지법’을 무효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 등 살포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 등을 금지한 ‘대북전단 금지법’의 관련 조항, 처벌 규정 등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지성호 의원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외면하고 민주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대북전단 금지법을 막기 위해 주요 독소조항을 삭제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의 인권 퇴보를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