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구호소 문닫자 쏟아져 나온 꽃제비들
2023.04.21
앵커: 최근 북한에서 먹을 것이 없어 한지를 떠도는 꽃제비(방랑자)가 계속 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의 식량난이 날로 악화되면서 작년까지 꽃제비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던 지방의 구호소(구제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꽃제비는 보통 부모를 잃거나 집을 뛰쳐나온 아이들이 장마당이나 한지에서 류랑걸식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또 성인 꽃제비도 있는데 이들은 의지할 데 없어 길에서 주어먹으며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북한 당국은 꽃제비들이 나라 망신을 시키고 사회주의 영상을 흐린다면서 지난해까지 각 지방에 구호소, 일명 방랑웹자들의 숙식을 보장하는 구제소를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 식량난이 점차 악화되면서 올해부터 구호소와 구제소가 운영을 못하게 됐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지금까지 운영되던 청진 라남구역 구호소가 문을 닫았다”면서 “그동안 당에서 부족하나마 꽃제비들의 식량을 책임졌는데 이제 더는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들어 청진시 어디를 가나 거리를 방랑하는 꽃제비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마을마다 설치한 쓰레기(슈트장)장이나 장마당, 골목 어디가나 헐벗고 굶주린 꽃제비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요즘 어린 꽃제비는 5살짜리 정도도 보이는데 그들은 형제로 보이는 다른 꽃제비에 섞여 다니며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다”면서 “먹을 것을 찾아 장마당과 거리를 누비는 어른 꽃제비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작년까지 구역마다 꽃제비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구제소(구호소)를 마련해 놓고 방랑자들을 잡아들였다”면서 “그러다가 어린 꽃제비는 나이에 따라서 보육원이나 애육원, 중등학원에 보내지고 어른 꽃제비는 노동력이 필요한 건설현장으로 보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요즘 꽃제비가 늘어났다”면서 “국가가 꽃제비를 구제할 식량을 보장하지 않는데다 주민들도 구호소에 보낼 식량을 바치지 못하자 구제소를 운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요즘은 작년보다 더 많은 꽃제비가 떠돌아 다닌다”면서 “불쌍한 녀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거리를 방랑하며 주어먹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길에 꽃제비가 있으면 해당 지역의 안전원이나 순찰대가 잡아다 구호소에 가두고 굶어죽지 않을 만큼 먹여 주었다”면서 “꽃제비에게 멀건 죽물이나 시래기를 많이 섞은 강냉이(옥수수) 밥을 먹여놓고 어른은 막노동을 시켰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에서 보장하는 식량도 없는데다 주민들이 바치는 구제미도 없어 구제소와 구호소를 운영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면서 구호소와 구제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꽃제비라면 마구 잡아다 가두는 곳으로 먹일 식량이 없어 문을 닫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들어 당에서는 인민반 주민들에게 식량 50g, 100g이라도 바쳐서 꽃제비 구제소와 구호소를 운영할 것을 강제로 내리먹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집 식구도 먹일 식량이 없어 하루 한끼를 겨우 버티는 주민들이 당국의 골치거리에 신경 쓸리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