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저출산, 유엔 관측보다 심각…총인구 감소 시작 가능성”
2023.12.28
앵커: 최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 주민들에게 출산을 독려해 주목된 가운데 북한의 저출산 문제가 유엔의 관측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과 김선중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조사역은 28일 내놓은 ‘북한이탈주민 조사를 통해 본 북한 출산율 하락 추세와 남북한 인구통합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논문을 통해 북한의 출산율 하락속도가 기존 추정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2010~2019년 기준 북한 여성 1인이 가임 기간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출산율은 1.38명입니다.
이는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인 2.1명에 못 미치며 유엔이 지난 11월 ‘2023 아시아태평양 인구 현황 보고서’를 통해 추정한 북한의 합계출산율 1.8명보다도 더 낮은 수치입니다.
이주영 연구위원은 연령과 출신 지역 등 탈북민 인구 특성이 고려된 2000년~2019년 사이 한국 입국 탈북민 95명을 선발하고 이들의 재북 가족 및 지인 1137명의 출산 자료를 입수해 북한 출산율을 산출했습니다.
이주영 연구위원은 이 같은 합계출산율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북한의 총인구 및 생산가능 인구는 이미 감소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총인구 및 생산가능인구 증가세가 2021~2030년 중 감소로 돌아서고 이 기간 동안 총인구가 0.2% 줄어들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유엔 세계인구전망에서는 북한 인구 감소 국면 진입 시기가 2030년대로 나타났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인구 감소는 2020년대로 나타난다”며 “북한은 이미 2003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0년부터 2030년 사이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유엔은 한 국가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14%이면 ‘고령화사회’, 14~20% 미만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화사회’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논문에는 고난의 행군 이후 결혼한 북한의 1970년대, 1980년대생 여성들이 1자녀만 출산하는 분위기가 북한 내 확산된 것을 북한의 저출산, 고령화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도시 지역의 만혼 사례 확산, 식량 배급 체계 붕괴로 인한 여성들의 시장 활동 참여 증가와 지난 1970~1980년대 북한 당국이 여성들의 취업을 적극 장려한 것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도시 지역 가운데 (특히) 평양의 경우에는 개인주의 성향 같은 것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조사한 시점(2019년)까지 만해도 사람들이 결혼을 최대한 늦추고 아이도 낳기는 낳는데, 한 명만 낳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거죠.
이어 이 연구위원은 “여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마당 소매업, 소규모 도매업 등에 종사하면서 출산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 시 단골관계 단절 등을 우려하는 시장 상인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고 정부재정 악화로 인한 탁아소 공급 축소가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이 통일을 한다고 해도 고령사회 진입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2030년 남북 인구를 통합하더라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극적으로 늦추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북한 합계출산율의 하락세를 반영해 남북 인구가 통합되는 경우 인구구조 개선 효과는 미약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