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겨울철 땔감이 부족한 북한에서 주민들의 일산화탄소, 구멍탄(연탄)가스 중독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당국은 석탄을 땔감으로 사용하는 세대를 조사하는 한편 종으로 만든 경보기를 설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월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북한에서 땔감은 식량 못지 않은 중요한 생활자원입니다. 하지만 땔감이 부족한 주민들이 화목(땔감)보다 일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는 구멍탄에 매달리면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5일 "요즘 혜산시에서 구멍탄 연기에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면서 "이에 안전원들이 각 인민반을 돌며 석탄(구멍탄)을 때는 세대를 조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그제(3일)와 어제(4일) 이틀 연속 역전동에서 구멍탄 연기를 마시고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그제는 5세 딸과 부부가 살던 집에서 어린 딸은 의식을 잃고 발견돼 시병원에 호송됐고 부부는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리고 어제는 올해 결혼해 신혼살림을 차린 30대 젊은 부부가 탄내로 사망하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면서 "두 세대가 다 나무 대신 구멍탄을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밝혀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구멍탄을 사용한 세대들이 연이어 가스중독으로 사망하자 시 안전부에서 인민반마다 다니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나무를 때는 세대는 제외하고 석탄(구멍탄)을 때는 세대를 대상으로 밤중에 순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부에서는 구멍탄을 때는 세대는 무조건 (종을 매달아) 경보기를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무연탄이 연소될 때 발생한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의식이 흐려지면 집에 설치한 경보기로 주변 사람들을 불러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경보기 설치가 사망사고를 줄이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라면서 "석탄연기를 마시면 본인도 모르게 의식이 흐려지는 데 경보기를 울릴 겨를이 있냐며 당국의 대안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요즘 혜산시에서 발생한 구멍탄 사망사고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더 문제"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혜산시 혜명동에서 여러차례 일산화탄소 중독사가 발생했다"면서 "70대 노부부가 구멍탄 연기를 마시고 사망한 외에도 4인 가족 한 세대원 모두가 구멍탄을 피우고 자다가 탄내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유난히 구멍탄 질식사가 많은 것 같다"면서 "산에 나무가 없으니 대부분 구멍탄을 때면서 일산화탄소에 질식되어 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에 안전부에서 인민반들에 나가 구멍탄 중독사를 막기 위해서 자주 방안 공기를 환기시키라고 해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창문과 출입문에 비닐박막으로 방한장치를 했기 때문에 중독사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주민들은 화목(장작)을 땔감으로 쓰면 일산화탄소에 의한 사망사고가 적을 것을 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산에 나무가 없어 주민들이 거의 무연탄으로 빚은 구멍탄에 의지하면서 겨울철 중독사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부에서 순찰을 배로 늘이고 석탄을 때는 세대에 경보기를 달 것을 주문했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라면서 "과거에는 화목이 땔감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민둥산이어서 구멍탄에 의한 중독사를 걱정해야 하니 당국의 산림조성사업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