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권단체, 유엔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간부 교육용 영상 공개
2023.03.21

앵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 행사차원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과 이와 관련한 북한 내 간부 대상 교육용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과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를 계기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부대행사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현지 시간 21일 개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간부들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데일리NK가 사전에 공개한 이 영상을 보면 현재 북한 주민들이 한류 등 외부 문물을 어떻게 향유하고 있는지, 한류가 북한 사회에 얼마나 확산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은 북한의 젊은 층이 한류 등에 노출돼 있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평양의 한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괴뢰 텔레비젼극’과 ‘불순출판 선전물’을 시청 및 유포하면서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 대학생은 휴대전화에 외부 노래와 영상을 저장해 놓고 이를 시청하다가 적발돼 처벌을 받았습니다. 영상은 이 대학생이 마이크로 SD카드, 즉 ‘외장 기록기’를 이용해 검열을 피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간부 교육용 영상: 손전화기 검열에 단속되지 않을 목적 밑에 손전화기 외장 기록기까지 구입하여 놓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밤을 패며 불순한 도서들을 보다나니 강의 시간에는 졸기가 일쑤였고 정신이 들면 또다시 손전화기에 매달렸습니다. 해당기관에 단속된 다음에야 엄중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나 때는 이미 늦어…
영상은 ‘고향집 달밤’이라는 북한 가요를 한국식으로 부른 행위도 엄중하게 처벌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간부 교육용 영상: (한 주민은) 이미 노래를 망탕 부르는 것으로 하여 해당 기관으로부터 주의를 받았으나 각성하지 못하고 자기의 노래를 일부 건전치 못한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오히려 자체로 손전화기와 씨디알판에 입력시켜 유포시키다가 단속돼 사상투쟁 무대에까지 오르게 되었으며 해당한 제재를 받았습니다.
특히 영상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은 불순한 선전물들을 사람들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주입시킬 수 있는 위력한 수단의 하나로 보고 우리 내부에 유포시키기 위한 반공화국 심리모략 책동을 집요하게 감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혁명의 수뇌부 권위와 위신을 헐뜯는 동영상 편집물을 만들어 살인, 강도, 마약 등 부패, 타락한 내용들과 일관된 녹화물 속에 함께 삽입해 들여보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류 등을 접하는 행위를 ‘이적행위’, ‘반국가적 범죄 행위’ 등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 제정된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도 공개됐습니다.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지난해 8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령 제1028호로 수정, 보충됐으며 총 4장 41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법의 7조에 따르면 반동사상문화를 유입, 시청, 유포한 행위를 한 사람은 어떤 계층이든 엄중성의 정도에 따라 극형에 이르는 법적 제재까지 이뤄집니다.
해당 법의 8조부터 14조는 반동사상문화의 유입 차단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5조부터 26조까지는 반동사상문화의 시청, 유포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금지 행위 및 가정 교양과 통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제28조와 29조는 각각 ‘적대국 사상문화전파죄’와 ‘성록화물, 색정 및 미신전파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규정돼 있습니다. 해당 법 조항에 저촉되는 경우, 즉 많은 양의 적대국 문물이나 성록화물 등을 유입, 유포했거나 이를 집단적으로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 조장한 경우에는 무기 노동교화형이나 사형에 처해집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