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시장 발달로 하위층 여성부터 인권의식 싹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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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09/13/23 07:40 EST

앵커: 북한의 시장이 발달하며 하위층 여성 등 아래로부터 인권 의식이 싹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자유통일국민연합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 개선과 자유통일 세미나’.

토론에 나선 한국 농축산 분야 국제개발협력 사단법인 굿파머스의 최설 연구위원은 “시장의 발달로 부각된 계층분화로 가장 먼저 여성 인권(의식)이 아래로부터 싹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최 연구위원은 “(시장 등 경제활동에 나선) 여성들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권력이 필요”하고 “도시가 발달할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정경유착이 보편화”되는데 “이러한 구조는 보호기재를 확보할 수 있는 상ㆍ중층 여성들과 취약성을 드러내는 하위층 여성들의 이중구조를 양산한다”고 밝혔습니다.

“돈 있는 여성들만 인권의 수혜를 받는 것을 보며 하위층 여성들이 비판의식을 갖게 되고 ‘왜 나만 통제받냐’는 문제의식을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최 연구위원은 “하위층 여성들의 반항의식은 비록 작고 일부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말단조직부터 사법기관, 사회근간에서 표면화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하위층 여성들이 “무보수 동원 등을 요구하는 인민반장에 반항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고 “장사물품을 회수하려는 장마당 관리 사법기관 간부 안전원에게 반항”하기도 하며 특히 가택수색을 당할 경우 영장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과 인권은 분리 불가하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개혁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고 “올해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력갱생은 지역의 유휴자원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발달, 주민계층 분화 역시 지속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2019년 미북 제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다음해부터 ‘자력갱생’, ‘정면돌파’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설 굿파머스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최설 굿파머스 연구위원:중간계층, 식당 사장이라든지 개인 차판 장사(차량에 상품을 갖고 다니며 하는 장사)라든지 그리고 이 밑의 하층 상인들, 장마당에서 빵을 판다거나 옷을 판다거나 하루벌이 장사하는 사람들이 인권을 제기하는 겁니다. 북한 시장 발달에 우리가 고민해 보면 북한 다양한 계층의 인권 문제를 한 번 더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이날 또다른 발표자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사인 국민통일방송의 이광백 상임대표는 1세대 채널 라디오, 2세대 채널 USB, SD카드를 뛰어넘는 3세대 대북정보 제공 채널을 연구ㆍ개발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정보 자유 증진을 위한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스페이스X가 안테나, 셋톱박스 없이 휴대전화 단말기로 직접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러한 (위성을 이용한) 기술이 북한 주민과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이 될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또 지금도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열람 기록을 삭제하는 프로그램인 ‘미궁’이나 전자서명 없는 파일을 열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인 ‘비둘기’, ‘참매’, ‘가락지’ 등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해 보급한다면 정보 교류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한국 정부에서 북한인권단체 보조금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습니다.

통일부는 올해 시민사회의 북한인권 증진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북한인권 증진활동 지원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예산 약 150만 달러(20억 원)를 신규 편성한 바 있습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의 말입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 북한인권단체들 지원 보조금 20억 원 늘렸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 제가 볼 때에는 그들이 북한을 바꾸기 위한 이 정책을 예리하게 갈고 다듬었는가 의심스러운 것이죠.

이밖에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국제디렉터는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북한 인권 박물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중근 전 주인도대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국제형사재판소 재판정에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면서 당사자가 느낄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훈 이북5도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 스스로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북한 주민에 의한 북한 내부 사회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팀 김상일

정정합니다 :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질 경우 북한 주민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국민통일방송 측이 우려를 밝힘에 따라 이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13일 삭제했습니다.